[사설]교황 마케팅 못지않은 과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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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황 마케팅 못지않은 과제 있다

  • 승인 2014-08-17 14:56
  • 신문게재 2014-08-18 17면
대전, 서산과 당진, 충북, 세종 등 충청권 전역에 걸친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의 울림은 잔잔하지만 깊고 강렬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에 지역민들은 종교적 행사를 떠나 환대했다. 당진 솔뫼성지와 해미순교성지 등을 지역 유산으로 부각시킬 디딤돌이 놓이기도 했다. 음성 꽃동네 등 소외받는 곳에 관심을 환기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처럼 대형 인파가 몰린 국가적 행사가 원만하게 치러지기까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 투입과 경찰의 치밀한 대비,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공로가 컸다. 이를 통해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대전월드컵경기장과 서울 광화문 시복식 등에서 보여준 파격 행보는 연출이 아닌 교황의 일상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를 각성시켰다.

청빈과 청렴의 대명사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족을 비롯해 치유가 필요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음성 꽃동네에서 교황은 “신앙의 풍요로움은 사회적 신분이나 문화를 가리지 않고” “구체적인 연대로 드러난다”며 신앙인의 자세를 환기시켰다. 교황이 남긴 연대와 위로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까지 영적 성숙과 거리가 먼 종교의 역기능을 봐왔다. 종교가 인간을 위로하기는 고사하고 증오와 반목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바로 세움, 이것이 교황 방문 활용의 첫 번째여야 한다고 본다. 물론 교황 발걸음이 머문 솔뫼성지와 해미읍성 등은 관광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지역 특산물인 6쪽마늘 등의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업과 지자체가 노골적인 경제 마케팅에만 머문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낮은 데로 향하는 메시지는 그 어떤 효과와 맞바꿀 수 없을 만큼 컸다. 문화의 한 핵심인 종교는 특히 사회 통합 기능을 다해야 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한다면 그곳이 곧 성지 방문의 메카다.

이것만으로도 단순 금액으로 계량할 수 없는 자산이다.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되 상호 부조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포용경제'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전월드컵경기장 미사에서 교황은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을 거부”하라고 강론했다. 교황 방문 이후의 과제를 설정할 때 이런 부분까지 꼭 곁들여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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