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약자와 빈자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첫 아시아 방문인 이번 일정 가운데 소외된 이들을 껴안는 행보가 대거 포함된 것은 이 때문이다. 대전월드컵경기장 행사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다음날인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는 것 역시 그 일환이다. “사회가 '무관심의 세계화'로 함께 눈물 흘리는 법을 잊어버렸다.” 교황이 지난해 아프리카 난민 배 침몰사고 현장에서 했던 말을 되새김해볼 때다.
충청권은 교황 방한의 주무대다. 대전 으능정이 스카이로드 행사 중계는 지역민의 관심도를 반영한다.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행사는 물론 17일 서산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당진 솔뫼성지와 서산 해미순교성지를 영적 중심으로서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호재다.
교황 방문이 관광을 필두로 지역경제에 훈풍이 됐으면 하는 기대 또한 숨길 수 없다. 지난해 교황의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청년대회 참가에 따른 경제효과가 약 5389억원으로 추산됐다. 유통, 금융, 자동차, 통신 등 업계는 교황 방문 특수를 고대하고 있다. 충남에서도 당진 솔뫼성지 해나루쌀 등 농특산물 마케팅에 나서는 등 기대를 숨지지 않는다.
어떤 측면에서나 교황 방문의 의미를 실어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 땅에 머무는 동안 낮은 데로 향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이시종 충북지사의 경우, 교황의 음성 꽃동네 방문 메시지를 충북도정에 활용하겠다고까지 했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교황 방문을 준비해왔다. 대전과 당진, 서산, 음성 등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시아청년대회 동선에 맞춰 교통과 질서 유지 등 끝까지 현장점검을 잘하기 바란다. 행정력, 경찰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브랜드 가치와 국격을 높이는 건 성숙한 시민의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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