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건양대 창의융합대학 교수 |
그런데 왕따와 폭력이 어우러져 사망에 이른 이 사건을 두고 학교에서의 왕따, 폭력과 닮았다고 하는 시선이 있다. 집단 내에서 다수가 특정인을 대상으로 위해를 가하는 집단따돌림인 왕따는 1990년대에 이르러 사회 문제화됨으로써 크게 부각이 되었는데, 현재까지도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들이 자살을 하는 등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에서 왕따 문화가 생기는 원인으로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대상이 없다는 점, 타인의 고통이나 어려움에 공감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점 등과 심리적으로 가해자들의 경우 집단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심리적인 부담감이 감소한다는 점, 동료 학생을 괴롭히고 폭행하는 자신들의 행위를 피해 학생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정당화한다는 점, 또는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응집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점, 교육 경쟁에서 밀려난 학생들이 인정받고 싶은 변질된 욕구를 표출한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중학교 때부터 끝임 없이 경쟁을 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고 있고, 그렇기에 좋은 성적이 최고로 인식되는 그런 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 생활을 해오고 있다. 성적을 잘 받는 학생은 그 학생대로, 성적을 못 받는 학생은 또 그 학생대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혈기 왕성한 나이에 공부에만 매달려 스트레스를 받고 생활하니 이들의 정서가 정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심지어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체육시간에 학생들을 운동장에 내보내 운동을 시키려고 하면 집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학부모가 학교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하기에 아예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안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오직 성적을 올리기에 여념이 없고 대화도 주로 공부에 대한 것에 국한되다 보니, 학생들은 자신들의 정서 생활을 제대로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어쩌면 그 방법조차도 모르고 있을 게다. 그나마 이러한 환경을 잘 참고 견디는 학생들은 그 성취감으로 무난하게 졸업을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텐데, 그 한 가지가 왕따라고 생각한다.
경쟁에 익숙한 학생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약하거나 장애를 가진 동료 학생들을 대상으로 왕따를 시키고 나아가 폭력을 행사하며 괴롭힘으로써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고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동료 학생을 왕따시키며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 중에는 상당수 가정에서 그와 같은 환경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는 국내외의 연구가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적 체벌이나 욕설 등이 동료 학생들에게 전이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또 문제의 원인은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부모가 보여주는 모습이 자녀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 가정의 형태는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잡하다. 한쪽 부모만 계신 경우, 소년소녀가장인 경우, 부모가 이혼하여 재혼한 경우, 부모가 없고 조부모나 친척 밑에서 지내는 경우 등 매우 다양하고, 또한 부모들이 모두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자녀 교육의 문제를 가정에서 충실히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함께 관심을 갖고 소통하며 체계적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다. 그리고 요즘 고등학교 중에는 많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과 개성을 중시해서 그에 관한 좋은 프로그램을 돌리는 학교들이 있다. 성적을 우선시하는 풍토를 일순간에 바꾸어 인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전면적으로 시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고등학교들처럼 차츰 그 프로그램 수와 시간을 늘려 나가면서 방법을 모색하면 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아청체성이 확실하지 않은 청소년들의 경우 주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으므로 학생들의 환경을 좋게 만들어 주고, 아울러 학생들 스스로 좋은 풍토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노력한다면 그 첫 발을 잘 내딛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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