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주민도 결국 화해권고금액이 그대로 선고됐고, 피해주민들은 갈수록 보상액을 깎는 법원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맹비난하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대전지법 서산지원과 서해안유류피해민 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서산수협 구성원인 태안·서산 지역 맨손어업인 7778명(태안 5000여 명, 서산 2700여 명)은 최근 배상액이 절반으로 깎여버린 법원의 화해권고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사정재판 때 701억여 원이었던 배상액이 402억원(57.3%)으로 줄어든 것.
기름유출 관련 잇따른 법정다툼에서 총 12만7000여 건 중 6만여 건의 소송이 취하되거나 패소, 이번 절반 보상 조정안까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보상금 대폭 삭감 우려는 현실이 됐다.
당초 피해민 전체는 총 3조4952억원 상당을 피해금액으로 주장 했다가 서산지원의 사정재판서 7360억원으로 배상액이 줄어든 상태였고, 이번 화해권고 조정안으로 금액이 또 다시 절반으로 깎였다.
피해액을 한 푼도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당진·서천지역민들은 사정재판 때 22억원의 피해를 인정받았지만, 이의소송 판결에서는 배상액이 0원으로 선고됐다.
현재 약 5만여 건의 재판이 남았는데, 그 중 태안남부수협 560여 건과 안면도 수협 3600여 건에 대한 화해권고안이 사정재판의 절반수준으로 지난주 통보돼 2주 후면 결론이 나고, 보령지역 맨손어업인 1만 2000건에 대한 화해권고안도 이달 내 통보될 예정이다.
유류피해주민들은 법원에서 지역별, 업종별로 분리해서 차례대로 권고안을 통보하는 이유에 대해 의심하며, 같은 법원에서 사정재판 인정금액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것과 같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피해민의 입장에서 고민 한다고 하더니 결과는 다르다”며 “천사의 얼굴을 위장해 악마의 판결문을 쓴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김제식(서산·태안) 의원에게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선거유세 때는 유류피해에 대해 조속히 해결한다며 공약까지 내걸더니 당선된 후 전화연결도 되지 않고 금방 전화 준다는 답변만 보좌관을 통해 계속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
피해주민들은 7년여 간 이어진 재판에 심신이 지치고, 앞선 재판을 보니 피해액을 전혀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화해권고를 받아들였다고 하소연한다.
앞으로 보령 맨손어업 주민들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면 어선과 관광업 등 비수산 분야 피해주민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승일 유류피해민 총연합회 사무국장은 “현재 눈앞에 있는 것은 화해권고안 수용여부인데, 수용하지 않고 판결로 가도 권고금액이 그대로 선고되는 등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들어 놓은 법원의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산지원 측은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가면 보상액이 더 줄어든다”며 “주민의 입장을 최대한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한편, 김제식 의원은 “보좌진을 이제서야 구성했다”며 “현황을 파악해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함께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내포=유희성·서산=임붕순·태안=김준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