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했다가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탈북자 대열에 합류했지만, 가족이 그리워 막노동에서부터 카드론 대출까지 받으며 재입북을 준비한 사연은 이렇다.
탈출자금 마련을 위해 충남 홍성과 전남 순천 등에서 막노동했고 정부와 자치단체가 주는 탈북자 지원금과 취업장려금도 모았다. 신용카드사에서 카드론 대출과 현금서비스, 대부업체로부터 신용대출 등을 통해 모두 6240만원을 마련했다.
여권과 중국 관광비자를 발급받고 1200여만원 상당을 중국 화폐로 환전했으며 모두 12회에 걸쳐 3190만원을 탈출자금으로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시망을 포착돼 결국 검찰로 넘겨졌고, 검찰은 '북한으로 탈출을 시도한 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며 국가보안법(잠입·탈출, 찬양·고무) 위반 혐의로 주씨를 기소했다.
주씨 측은 “오로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재입북을 시도한 것으로, 국가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없어 탈출 예비·음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하나원 등에서의 교육과정과 남한 정착과정에서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점과 북한으로의 탈출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잠입·탈출 혐의는 인정했다. 다만, 김일성 배지와 북한 인공기, 찬양 메모 등의 제작, 소지, 반포 혐의(찬양·고무)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내리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권희)는 12일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은데다, 북한에 있는 외동딸과 최근 출생한 손녀를 만나기 위해 재입북을 결심한 점' 등을 참작한 1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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