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을 거듭해 온 기초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지역사회에서는 기초의회 자체를 없애자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전의 기초의회 가운데 서구의회는 13일 오전 10시 제213회 임시회 3차 본회의를 열어 원구성에 나서지만 현재로서는 이 마저도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 10회째 원구성 실패라는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기초의회를 정지시킨 의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이미 상실했다. 지난 6.4지방선거 이전부터 기초의회 폐지론이 거론됐으며 기초의원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6ㆍ4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는 '깜깜이 선거'에 비유될 정도로 유권자들이 제대로 후보자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2개의 거대 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국민의 선택은 정확히 양분됐기 때문이다. 군소정당은 대전지역 기초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정당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맹목적으로 선택받은 기초 후보자는 정작 자신의 공약조차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았다. 동일 정당의 시장ㆍ시의원ㆍ구청장 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동참 의지를 알리느라 선거기간중에 바빴을 뿐이다.
깜깜이 선거의 불명예를 얻은 기초의원들은 지난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나머지 민의를 돌보는 데는 나몰라라 했다.
대덕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의 선거운동원으로 업무를 임의대로 바꿨기 때문이다. 일부 기초의회 의원의 경우, 오전엔 의정활동을 하고 오후엔 선거운동을 하는 등 일명 '투잡(Two-Job) 의원'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얻었다.
정치권에서는 기초의원은 선거운동원이 될 수 있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 정당 관계자는 “선거법 상 기초의원은 특정인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며 출범 후 안팎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기초의원에 대한 동원이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기초의원이 파행을 거듭하고 제 역할을 하지 않자 그동안 사그라들었던 기초의회 폐지론이 부각되며 새로운 지방자치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월평ㆍ둔산동 지역 일부 주민들은 기초의회 폐지 등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며 폐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와 함께 기초의회 폐지가 되지 않더라도 기초의회를 무보수 봉사직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일부 시민사회의 의견까지 설득력을 얻는다.
기존 월급에 업무추진비, 의정활동비 등을 합해 의원간에 지원금이 천양지차여서 밥그릇 싸움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유급 기초의회가 운영되면서 기초의원에 대해 '직업 정치인'이라는 비난도 이어진다.
김정미 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은 “현재 일부 기초의회 폐지를 위해 주민 중심으로 서명을 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 폐지를 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바로설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정치계, 공직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끝>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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