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이번 수사결과 발표는 그동안 하청업체의 철근 고의누락 초점을 넘어 시공사 철근 반출 비리를 적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책임소재가 하청업체 중심에서 시공사 및 감리업체까지 확대된 모양새다.
경찰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지난해 초 최저가 철근 시공사 낙찰부터 올 초 일방 계약해지 통보를 받기까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철근 배근을 고의로 누락했다.입주민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철근 누락이었기 때문에 집중적인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행복청은 지난 3월말 시공사와 감리업체에 대해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다음달 입주예정자들도 시공사를 주택법 위반 및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이번 조사결과 하청업체가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 감리업체 모두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검측일 당시 골프를 치러갔다는 정황을 추가로 포착했다.
시공사 현장 관계자는 본사 몰래 2억7000여만원 규모의 철근 반출 횡령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철근 부실시공 책임소재는 시공사와 감리업체, 하청업체 모두에게 돌아간 셈.
철근 배근간격을 넓혀 인건비와 공사기간을 줄여 비용을 절감한 철근 하청업체, 누락 철근을 빼돌린 시공업체, 이를 묵인한 감리업체 3자가 사전 공모하지않고 이 같은 사건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분석에 이른다.
경찰도 이 점을 감안 감리업체를 넘어 시공사까지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감리업체 직원 2명만 구속됐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됐다.
시공사의 경우 입주민들에 대한 계약해지 허용과 특수공법을 활용한 보강공사 등 후속조치에 나선 점을 법원에서 감안한 것으로 전했다. 현장 점검 의무를 갖고 있는 행복청은 분기별 1회 주기로 총 3회에 걸친 점검 기록이 있어 이번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정남희 수사과장은 “시공사와 감리업체, 하청업체 모두 묵시적인 공존공생에 나섰고, 암묵적으로 철근 비리를 서로 승인했다”며 “앞으로 검찰 송치 후 추가 수사 여부와 법원 판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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