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은 뒤에 두고 '대장선'에 올라타 최일선에서 왜적에 맞선 '희생', 탈영병을 참수해 엄격한 군율을 세운 '원칙' 등이 이순신 리더십을 보여준 장면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출정 직전 주둔지를 불태우며 병사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거센 물살이 이는 '울들목'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덕장'과 '지장'의 면모에 국민은 감탄을 연발했다. 국민은 영화 '명량'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직접 확인한 셈이다. 바람 앞의 촛불이나 다름없는 처지인 각 지역 대학에도 이순신과 같은 리더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대학에서의 리더 역할은 총장이 맡아야 한다. 이달 말 하위 15%로 평가된 '부실 대학' 꼬리표를 달고 정부 지원이 제한된다. 내년부터는 입학정원을 줄여야 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다.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학 내부의 진통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내년 문제를 걱정하기에 앞서 지역 대학은 현재 상황도 매우 어수선하다. 일부 대학에선 국책사업 실패의 책임을 들어 주요 보직 교수가 잇따라 교체되고 있다. 총장 선거에서 추천한 후보 교수 2명이 교육부로부터 임명동의를 받지 못해 총장 선거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간 대학도 있다. 교수간 알력다툼으로 대학병원에서 진료 차질이 발생한 곳도 있다.
외부 환경은 물론 대학 내부의 난제도 산적해 있는 셈이다. 이처럼 대내ㆍ외적으로 어수선한 환경에서 총장이 과연 어떠한 리더십을 보이느냐가 해당 대학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가 싶다. 총장이 대학 구성원끼리 소통을 통해 미래비전을 뚝심 있게 추진한다면 해당 대학은 이번 파고를 충분히 넘을 자격이 있다. 반대로 총장이 이런저런 민원에 휘둘리며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후한서(後漢書) 두융전편(竇融傳篇)에는 거족경중(擧足輕重)이란 말이 나온다. 다리 하나를 들어 어느 쪽에 두는가에 따라 무게 중심이 이동, 세력의 우열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리더의 중요성을 새삼 가슴에 새기게 한다. '울돌목' 보다 거센 회오리에 던져진 지역 대학에선 과연 이순신과 같은 리더가 나올 수 있을까.
강제일ㆍ교육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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