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재미있고 좋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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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재미있고 좋아하는 것

박영진 배재대 입학사정관 (전 대전대신고 교장)

  • 승인 2014-08-11 14:20
  • 신문게재 2014-08-12 16면
  • 박영진 배재대 입학사정관 (전 대전대신고 교장)박영진 배재대 입학사정관 (전 대전대신고 교장)
▲박영진 배재대 입학사정관 (전 대전대신고 교장)
▲박영진 배재대 입학사정관 (전 대전대신고 교장)
공중화장실 남자 소변기 앞에 서면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은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스티커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바닥에는 소변이 떨어져 있고 지저분하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가 보다. 덴마크 공항에서는 화장실 소변기 안에 파리 그림을 붙여 놓은 뒤에야 오줌이 타일바닥에 떨어지는 일이 사라졌다는 글을 읽었다. 이를 보면 무엇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거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효과가 작고, 다른 것에 집중하거나 유인할 수 있는 대체기재가 더 실효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서 공부도 하지 않고, 생활을 엉망으로 하고 있다고 탄식하는 분들도 많다. 컴퓨터를 끄고 휴대전화를 감추면서 매일 아이들과 싸우지만, 소용이 없단다. 짐승은 회초리나 벌을 통해서 행동을 교정할 수도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가 않다. 컴퓨터를 켜지 못하도록 부모가 지키고 앉아 있거나, 휴대전화를 없애도 소용이 없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 몰래 등ㆍ하굣길이나 자율학습시간을 이용해서 게임방을 드나들 수도 있고, 심하면 수업시간에 도망을 나와 오락실에 앉아있기도 한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 방법은 있다. 게임 이외에 아이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일, 무엇인가 열중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제공해 주면 된다. 지금은 방학기간이어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비교적 많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어떤 것인가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에서는 방학기간이나 일과를 마친 뒤에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는 교과 교육 이외에 예ㆍ체능분야에 속하는 다양한 종류의 활동을 준비해 두고,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서 운영한다.

때문에 '방과 후 프로그램' 가운데 우리 아이들이 활동하고 싶어 하는 종목은 있는지, 없다면 개설은 가능한지 확인하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는 바보가 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 못된다. 어른이 되어도 취미생활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은 권태롭기만 하다.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틈틈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한번뿐인 인생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길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 좋아하는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예ㆍ체능분야에서 한두 가지 종목을 선택해서 지도한다면 아이들이 게임에만 매달리는 일도 줄어들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운동장에서 뛰놀며 활동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수영, 테니스, 탁구, 농구, 축구와 같은 운동을 가르쳐서 자신의 건강을 돌볼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협동심도 기르도록 한다. 그리고 감성이 풍부한 아이들은 악기를 한 가지씩 다룰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피아노와 기타, 바이올린 등을 가르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또 연극 활동에 참여하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도자기를 굽기도 하고, 서예를 통해서 정서를 풍부하게 함양할 수도 있다. 요즈음은 가족 단위로 여행을 하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땀을 흘리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서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을 카메라에 담아내거나 기록으로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게임에 빠졌던 아이들도 점차 횟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우리 집에 손자뻘 되는 귀한 손님이 왔다. 태어난 지 두 돌이 겨우 지나 말도 서툴고, 의사전달이 되지 않는 어린 아기이다. 필자는 귀여운 아이를 안아보고 싶어서 박수를 치고 두 팔을 벌려도 좀처럼 내 품에 안기지 않는다. 제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빙빙 돌기만 하지 내가 있는 근처에는 올 마음도 없다. 식구들이 둘러앉아서 과일을 먹을 때, 얼른 아기가 좋아하는 과자를 집어들고 건네니까 그제야 다가오더니 내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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