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는 식물성장에 없어서는 안되는 기초이며 원천이다. 지방자치 또는 지방의회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비유되는 것은 각각의 주민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반영될 수 있는 밑바닥의 여론으로서 국가성장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나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저변의 민의를 대표하는 기초의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 채 마비된 것이다. 의원들의 욕망은 이제 기초의회의 원구성까지 발을 묶어놓았다. 더불어 기초의회에 대한 폐지론이 확산되는 만큼 본보는 기초의회의 실태를 살펴보고 향후 풀뿌리 민주주의의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6ㆍ4 지방선거를 통해 제7기 기초의회가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의원간 불협화음을 끝맺지 못했다. 문제는 개원과 함께 마무리지어야 할 원구성이지만 지지부진한 채 갈등만 확대됐다.
대전지역에서는 대덕구의회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기초의회가 초반부터 의장 선출 및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정당간 대치했다. 대부분 지난달중 원구성을 마쳤지만 서구의회만 유독 여야 정당 의원간 반목만 키울 뿐 원구성은 요원하다.
더구나 지난 8일 서구의회는 9번째 원구성 시도에 실패했다. 이날 서구의회는 제21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정족수 미달로 산회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는 13일 오전 10시 3차 본회의를 열 계획이지만 현상태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간 극적인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기초의회의 원구성은 아직도 뜨거운 감자가 돼 이같은 파행의 악순환 고리는 앞으로도 끊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원구성 파행은 당장 자치구의 행정까지도 멈춰서게 했다. 서구의 경우, 일반직을 줄이고 별정직을 늘리기 위한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와 의료급여법 개정에 따른 의료급여기금 특별회계 설치 및 운영조례 개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개혁에 맞춘 경제 활성화 조례 개정 논의마저 기초의회의 파행에 차일피일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렇다보니 형식적인 기초의회 의결 통과를 기다리다 행정이 마비돼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지역민들이 입게 됐다.
서구 주민 김모(53ㆍ탄방동)씨는 “구정을 감시하고 지역민을 위한 행정이 펼쳐지도록 견제하라고 선출시켜놨더니 사리사욕만 챙기려드는 기초의원들의 모습에 배신감마저 든다”며 “서로 밥그릇 싸움만 하고 민의는 뒷전인 기초의원들은 이젠 없는 게 나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민의를 살펴야 할 기초의원들은 자신의 할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자치구에 '갑'이 되려고 혈안”이라며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기초의회 폐단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과 대안 마련이 뒤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