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
필자는 평소에 '아이들이 희망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 말의 이면에는 '선생님들이 희망입니다'란 말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교직에 계시면서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한 학생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 많이 들으셨을 것이다. 그 말 속엔 제자들이 향기를 지닌 큰 그릇이 되느냐 아니냐는 결국, 선생님의 언행 하나하나에 달려있다는 엄중함이 묻어 있다.
나는 교육 현장에 있을 때 가르침만 있을 뿐 가르치는 대상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유교무류(有敎無類)의 정신을 묵묵히 실천하는 선후배 동료교사들에게서 깊은 인상과 감명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대다수의 선생님들께서 열정을 다해 학생들 앞에 서 왔지만, 바깥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맵고 '스승이 없는 시대'라고 단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곰곰이 생각하면 자업자득한 면도 많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 스승을 회복하려는 노력과 자기혁신이 절실하다. '스스로 새로워지고 있는 동안에만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는 말에 그 실마리가 담겨 있다.
최근 혁신이란 낱말이 교육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필자는 그거 별것 아니라고 본다. 구태를 벗어던지자는 것인데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혁신학교도 결국은 그 대안 중에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혁신학교 그 너머까지도 그려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변화와 혁신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상호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혁신 자체는 굉장한 게 아닌데 개인이건 집단이건 그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오랜 습성으로 굳어져 유연성이 사라진 마음이 걸림돌이다. 따라서 혁신의 대전제는 교사 스스로 자기 안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개인은 자기 안의 태만, 구태, 아집을, 집단은 조직 속 관행과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마음이 생겨야 한다. 마음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삶이 변한다고 한다. 그러한 자기변화와 자기혁신의 경험을 이번 방학 동안에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제껏 삶의 목록에 없던 것들을 돌아보거나 경험해 보거나 도전해 보는 것 말이다.
“오래된 좋은 것보다 나쁜 새 것”이 정체된 우리 삶을 환기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말이다. 나 자신도 되돌아 볼 겸 지면을 통해 대화하다 보니 이야기가 많이 딱딱해진 느낌이다.
“이제 방학도 끝물에 가깝습니다. 못 생긴 끝물 참외가 굴러다니는 원두막에서 목침을 베고 달콤한 낮잠에 빠져보고 싶은 마음은 선생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머리맡에 책 몇 권 들춰보다 잠들 수 있는 게으른 행복이 보장되는 방학, 그리고 단 한 줄의 시구라도 읽으며 일과를 시작할 수 있는 여유가 더 많이 주어지는 날이 있기 바랍니다. 아울러 방학이 끝나기 전 짬을 내서 가족들에게 멋진 방학의 추억을 선물해 주셨으면 합니다. '추억이란 세월과 함께 멀어져 가는 강물이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숱한 사연을 계기로 다시 살아오는 것'이란 신영복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추억의 선물은 거칠고 메마른 시대를 건너야 하는 요즘 세대들에겐 보석보다 빛나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새 학기를 맞이했으면 합니다. 몸도 마음도 활기에 차서 사랑하는 제자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다면 그 또한 자기혁신일 것입니다.
짧은 방학 내내 이런저런 교육활동으로 애쓰시는 선생님께 드리는 글이 건조해져 송구한 마음입니다. 언젠가 선생님과 마주 앉아 편하게 대화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