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질서 없는 대전,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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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질서 없는 대전,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다

길재식 대전경찰청 교통안전계장

  • 승인 2014-08-10 12:57
  • 신문게재 2014-08-11 17면
  • 길재식 대전경찰청 교통안전계장길재식 대전경찰청 교통안전계장
▲길재식 대전경찰청 교통안전계장
▲길재식 대전경찰청 교통안전계장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는 불법 주ㆍ정차 차량으로 불편을 겪거나, 불법 주ㆍ정차된 차량 사이로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갑자기 내 차 앞에 나타나 놀란 일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또 교차로에서 앞차가 진행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직진 신호만 보고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이 적색신호로 바뀌어도 통과하지 못해 정체되는 경우도 봤을 것이다.

불법 주ㆍ정차, 무단횡단, 교차로 꼬리물기 등이 대표적인 교통 무질서 행위다. 이 같은 행위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의식에서 발생하지만 그 때문인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불법 주ㆍ정차로 인한 교통사고는 지난해 192건이 발생하여 사망자 2명에 부상자 260명이나 되고, 올해도 95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66명이 다쳤다. 무단횡단 교통사망사고는 지난해 87건 중 39건으로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도 전체 사망사고 62명 중 무단횡단 사망사고가 28명으로 사망사고의 4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대전의 무질서가 심각하다.

이러한 불법 주ㆍ정차와 무단횡단 등 무질서는 사소한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행동으로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사례를 보면 유성구 지족동에서 34세의 여자가 4차로 도로의 건널목을 무단횡단 하다가 사고를 당했고, 서구 내동에서는 78세의 노인분이 8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8월 5일과 6일 사이에 3명이 무단횡단으로 인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특히 대전에서는 학생들이 아무 곳에서나 무단횡단을 일삼는 등 운전자들이 보아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많이 벌어져 과연 대전이 문화도시요 안전한 도시라고 의심이 들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때에는 준법의식이 강해서 횡단보도로 보행을 한다든지 교통법규를 잘 준수하는 데 비해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갈수록 법규 준수도가 떨어져 무단횡단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의 교통법규 준수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강력범죄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뉴욕시에서 지하철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두고 낙서와 쓰레기 투기 등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한 결과 강력사건이 빈발해 결국 시민들이 도시를 떠나 살아가기 어려운 도시로 전락한 반면, 뉴욕시와 경찰이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고 낙서를 지우는 등 환경을 개선하고 경미한 범죄에 대한 경찰의 적극적인 대처로 기초질서가 지켜지고 나니 강력범죄가 줄어 시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오늘날과 같이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한 것으로도 기본적인 무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전경찰은 지난 2월 18일부터 무질서 바로잡기 팀 73명을 편성해 대전에서 가장 무질서가 심하다는 으능정이, 대전역, 복합 터미널 등 11곳을 선정, 이곳부터 교통ㆍ생활 무질서를 바로잡아 점차 구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대전시와 대전사랑시민협의회 등 민ㆍ관단체로 추진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추진동력을 확보해 무질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경찰과 자치단체의 지속적인 단속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겪는 작은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민의식 수준이 개선돼 불법 주정차 행위나 무단횡단이 사라지는 등 교통법규가 제대로 지켜질 때 대전이 안전해지고 시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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