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
우리 격언에 참외밭에선 신발 끈을 고치지 않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데 이번 선거판을 보면 그런 격언을 덮어버릴 만큼 어떤 절박한 속내가 있었던지, 불필요한 오해를 살만한 공천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일어났다.
본인이 정치에 뜻이 없다 하고는 광주 지역구에 공천받아 내려간 국정원 댓글사건에 연류된 권은희씨의 공천이 왜 그리도 급했을까. 이미 선거사무실까지 열었던 지역 인사를 빼고 말뚝박기식의 무리한 공천을 하여 전체적인 선거전략 부재를 불러온, 한명을 국회로 보내기 위해 정당 하나가 가사 상태에 빠지는 치명상을 입는 우를 왜 범했을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게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신선한 인재가 없었는가?
순천ㆍ곡성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탄생은 너무 감동적이다. 그곳 주민들은 인물의 됨됨이를 잘 파악하고 이젠 지역에 도움이 될 일물을 뽑는다는 선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구지역에서의 김부겸씨의 가능성을 뛰어넘어 전라도 지역에서 여당 국회의원을 선출한 해당 지역 주민은 우리나라 정치 발전사에 어느 누구도 실천하지 못했던 지역주의 타파의 위대한 큰 획을 그었고, 경상도 지역민에게 정치적 부담감을 주면서 새로운 정치 1번지라는 멋진 명예를 획득했다.
그런데 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사람을 다시 공천했을까? 위대한 그 지역 주민들 모두를 시대 상황을 인지 못하는 치매 환자라고 생각 했거나, 새정치민주연합 막대기만 꽂아도 무조건 국회의원이 되는 기적의 땅으로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서울 동작을의 선거전은 한편의 막장 드라마였다. 광주의 정략적 공천의 여파 때문에 20년지기 우정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게 했고, 꼿꼿한 진보의 이미지로 갖고 있던 정객 한명이 국회의석 하나를 위해 자기 정당의 존재가치를 훼손시키고 야권연대 과정에서의 표리부동한 언행으로 정치생명이 끝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젠 우리 국민도 정치인들의 약속에 대하여 엄격하게 검증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반드시 말의 진위를 밝혀내고 그 말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묻는 일을 해야 한다. 선거판을 순간순간 흔들어대는 가십성 기사나 묻지마식 폭로전은 선거후에도 철저히 진실을 밝혀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하겠다.
젊은 정치 신인에게 패하고 곧바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씨의 결단이 진실이라고 믿고, 그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정치에선 들고 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뜨끔한 정치인들이 많을 것이다. 들고 날 때를 모르는 소인배 정치인들, 열린 입으로 의혹만 생산하는 정치인, 내탓 못하고 남탓으로 소일하는 정치인, 국민들에겐 변하라고 하면서 자신은 꿈쩍도 않는 정치인, 페어플레이 정신조차 없는 정치인들. 이들도 손학규씨처럼 은퇴선언을 왜 안하는 건지, 그들이 그들만의 자리에서만 물러나지 말고 정계에서 아주 은퇴해 준다면 국민들이 정말 좋아하고 너무 행복해 할텐데.
재보선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완패,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세월호 특별법과 진상규명은 물건너 가는거 아니냐고 걱정한다. 세월호 특별법은 진상규명 법안과 피해자 보상법안이 섞여 있다는데, 국민 애도 감정에 묻어 야권에서 굳이 이 두 내용을 함께 처리하려고만 할까?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중 수사권이나 기소권과 같은 초법적인 요구도 문제지만, 소수 집단의 정치불신을 이유로 왜 헌정기초까지 무너뜨리면서 아주 특별한 특별법을 요구해야 하는 걸까(가족 잃은 그들의 깊은 슬픔을 이해는 하지만). 피해 보상 법안을 떼어 놓으면 더 쉽게 여야합의를 이룰 수 있을텐데, 야당이 굳이 이를 함께 묶어서 가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이해가 어렵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절대적 야편향에서 여편향으로 순간 돌아선 충청민심은 정치권에게 넘지 말아야 할 금지선이 국민가슴엔 분명하게 그어져 있음을 확실히 알려주었고, 이를 현실감 있게 대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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