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을 청소하는 노동자가 좁은 계단에 쪼그려 앉아 숨을 돌리고 있다. |
자신조차 무의식 중에 새어나왔는지 땀 좀 식히라고 권하는 주변의 말에 놀라 사라진다.
창고인지 휴게실인지 모를 조그만 공간에 가보니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한 대 조차 없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손부채로 끈적한 바람만 일으키고 있었다.
#2. 개인 소유 빌딩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이꼼꼼(61ㆍ여ㆍ가명)씨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휴게실은 커녕 개인공간이라 할 수 있는 조그마한 장소조차 없다보니 쉴 때 엉덩이를 붙일 의자 하나 없다.
이씨는 하는 수 없이 매일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물 한 모금 먹으려 해도 남의 사무실에 들어가 사정을 해야 했다. 건물 주인에게 사정을 몇 번이고 말하며 눈물까지 보였지만 매정한 건물주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이씨는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을 그만뒀다.
찜통 같은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충남지역에서 빌딩이나 아파트 등의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잠시 쉴 공간도 없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혹사당하고 있다.
7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는 도청 등 대규모 공공기관 정도만 청소용역원들을 위한 일정 수준의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을 뿐,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이나 민간 빌딩에는 휴게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공공기관은 자신들 스스로 근무여건을 위해 노력할 수는 있지만, 민간 부분까지 관여키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간빌딩 등은 물론이고 작은 공기업까지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선풍기 한 대를 구비하는 것만 해도 기관이나 고용인, 빌딩주 등과 청소를 맡은 용역업체가 대립할 정도다. 청소용역원들을 고용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기본적인 근무환경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간접고용근로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라는 권고가 있지만 공공부분에 해당할 뿐 민간에게 강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으로 빌딩 뿐 아니라 공장이나 대기업도 민간이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다”며 “대부분 청소 등의 업무는 위탁을 주고 있기때문에 위탁받은 용역업체에서 소속직원들에게 애정을 갖고 기본지원을 해주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원가를 절감하려는 민간고용인이나 용역업체가 스스로 이런 부분에 신경 쓰기는 무리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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