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가해자 아니라 피해자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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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가해자 아니라 피해자가 책임

1심법원, 무단횡단 보행자 신뢰원칙 위배… 가해차량 운전자 '무죄'

  • 승인 2014-08-07 18:05
  • 신문게재 2014-08-08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여기 두 개의 판결이 있다. 모두 교통사고와 관련한 것으로, 특이하게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내용이다. 대학교수인 A(64)씨는 2012년 7월 오후 9시경 천안아산역 후문 쪽 편도 4차로 중 2차로를 따라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행자 신호를 위반해 무단횡단을 하던 목사 B(65)씨와 충돌해 전치 16주의 상해를 입혔다.

사고 당시 B씨는 왕복 8차로에서 보행자신호가 끝날 무렵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고, 건널목 중간까지 걸어가는 사이 보행자 신호가 적색으로 변경됐다. 곧바로 신호를 받은 차들이 진행하자 횡단보도 중간에 정지해 대기한 후 차량의 흐름이 뜸해질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전방과 좌우를 자세히 살피지 않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반대로 B씨의 신뢰원칙 책임을 물었다.

1심 법원은 “직진 신호에 차량을 운전하던 A씨로서는 횡단보도 신호가 적색인 상태에서 횡단보도 중간에 멈춰 대기하던 보행자가 갑자기 횡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A씨가 그런 상황까지 예상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불복한 B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12일이다. 다른 하나는 멈춰 있던 시내버스의 뒷부분과 충돌해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 사건이다.

C씨는 2012년 5월 오토바이를 타고 대전 동구 판암동 편도 7차로 중 6차로로 운전하고 있었다. C씨와 같은 방향 5차로를 달리던 시내버스가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6차로로 차선을 변경한 후 적색신호등에 따라 정지했다. 하지만, C씨는 정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버스를 들이받아 사망했다.

이에 박씨의 부인과 자녀는 버스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버스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대전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정선오)는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60km/h 이하의 속도로 달리던 시내버스는 사고지점으로부터 90여m 전에 차선 변경을 시작해 신호등 25m 전방에서 6차로로 차선을 바꿨다. 버스의 차선 변경 시작 당시 오토바이와의 거리는 137m 정도로, 버스가 차선 변경을 완료한 시점에서 오토바이와의 거리는 112m 정도였다.

재판부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로를 변경했지만, 100m가 넘는 거리에서 시내버스를 뒤따라가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추돌을 피하기에 충분한 거리로 보인다”며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로 판단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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