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정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첨단측정장비센터장 |
1억분의 1m 크기의 나노스케일의 시료를 측정하는 측정기기인 주사전자현미경.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최첨단 연구를 진행하는 모든 연구실 그리고 병원 등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그야말로 익숙한 기기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나노스케일 측정용 현미경들은 아쉽게도 대부분 고가의 수입품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주요 현미경 제작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급형 전자현미경의 경우에만 국내 몇 개 업체가 생산ㆍ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토록 친숙한 현미경이 멀리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럼 과연, 세계 최고수준의 나노스케일 측정용 현미경을 제작하는 해외의 선진 업체들은 어떻게 기술을 발전시켰을까.
현재 활용되고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의 틀은, 1986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독일의 E. 러스카가 만들었다. 현재 투과전자현미경의 형태를 가진 전자현미경(Electron Microscope, EM)을 1931년에 보여준 이후, 1965년 케임브리지 기기회사(Cambridge Instrument Company)에서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였다. 이 후 영국, 미국, 일본, 독일, 체코에 있는 대학, 연구소, 회사에서 공동연구와 공동출자, 또는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50년 동안 발전하여 지금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독일의 기업들은 현미경 분야를 특화시켜 인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의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최고기술력과 전 세계 영업망을 확보하였으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특이할 정도로 시장 규모에 비해 높은 전자현미경 측정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력 확보는 결국 투자로 나타나는 정부와 산업체의 의지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나노측정기기를 이용하는 국내 나노과학 전 분야의 수준은 국제적으로 상위권에 있으나 불행히도 모두 고가 장비구입에 의존하고 있다. 열악한 국내 전자현미경 산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기성과에 급급한 연구문화 및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탓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전자현미경 산업은 고가의 고분해능 장비시장에서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접근하기 힘들고, 광학현미경과 고분해능 전자현미경의 연결과정에 필요한 중급형 전자현미경 틈새시장에서나마 선전하며 기술력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몇몇 연구소와 대학의 극히 일부분에서 나노측정기기의 원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측정 장비 개발회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살펴보면 현재 구현되지 않은 전자현미경를 포함한 측정기기 신산업 창출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주도로 소규모 산학연 공조체제를 통해 전자현미경 분야, 이온현미경 분야, 원자현미경 분야, 스핀현미경 분야, 등 나노측정에 필요한 원천기술과 고도화 기술이 개발 진행되고 있지만 영업이익만을 좇아야 하는 산업체의 환경을 고려하면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연속성을 띨 수가 없다.
겨우 기지개를 켜고 커가는 중소기업을 보육하기 위해서는 대학이나 출연연구기관에서도 새로운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연구기관과 산업체가 함께 해야 한다. 일선 연구자들이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가능성 있는 산업체에 대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산업체의 생산이익은 폭발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재투자로 유도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과 사회분위기가 점차 커지면, 그토록 멀어 보이던 전자현미경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제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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