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가, 세계적 융합형 벤처생태계 허브로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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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가, 세계적 융합형 벤처생태계 허브로 변모

교통ㆍ물류인프라 정비ㆍ세제혜택 등 입주기업에 막대한 지원 구글 등 글로벌 1300여社 몰려… 정보통신기술 메카로 주목

  • 승인 2014-08-07 13:48
  • 신문게재 2014-08-08 11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대덕,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다] 해외사례… 영국 테크시티(Tech City)

▲ 테크시티의 또 다른 이름은 중심가에 위치한 로터리의 명칭을 딴 실리콘 라운드어바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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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시티의 또 다른 이름은 중심가에 위치한 로터리의 명칭을 딴 실리콘 라운드어바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영국 방문시 한ㆍ영 글로벌 CEO포럼 및 경제통상공동위원회 전체회의 연설에서 “영국은 일찍이 1997년부터 문화미디어산업을 중심으로 창조산업 육성 노력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런던시 이스트엔드의 '테크 시티(Tech City)'를 통해 세계적인 창조산업 융합형 벤처생태계를 조성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테크시티는 런던 북동부 지역 올드스트리트에 위치,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예전 구로공단과 비슷한 지역으로 임대료가 저렴해 2000년대 초부터 돈 없는 창업 기업인들이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ICT(정보통신기술) 강화를 위해 '테크시티' 프로젝트를 선포, 2011년 전담 기구가 설립되면서 당시 200개였던 입주기업이 1300여 개로 늘었다. 구글, 인텔,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도 둥지를 틀었다.

반면, 40여년 전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들로 조성된 대덕특구는 창조적인 벤처 생태계 조성에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스타트업기업들이 테크시티로 몰려들면서 낡은 건물들의 신축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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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기업들이 테크시티로 몰려들면서 낡은 건물들의 신축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쇠락하는 슬럼가, 세계적인 첨단산업단지로 변모=테크시티는 런던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난 동쪽 지역으로 2000년대 초 과거 섬유공장이나 식료품 공장 등 전통적 제조업체들이 입주돼 쇠락하는 슬럼가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기술기반 IT업체들이 몰려드는 세계적인 첨단산업단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변화는 영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주도했다.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 지역을 글로벌 테크 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2012년 12월 5000만 파운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또 교통시설 및 업무 공간 등을 정비해 기업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연구 및 투자 관련 세제 혜택도 제시했다.

영국 무역투자청을 입주시켜 세계적인 기업 유치와 기술개발 및 산학연계, 무역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스타트업 기업의 사무실에서 불과 5~10분 거리에는 금융기관을 위치시켜 손쉽게 자금조달 환경을 구축했다.

창업과 관련된 규제 및 절차를 대대적으로 완화, 법인설립 등기를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수수료로 하루 만에 처리가능하게 했다. 자본금 제한을 없애는 등 창업을 위한 문턱을 낮추고 폐업 시에도 책임을 제한해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재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 초기 투자를 돕는 엔젤 투자자 및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와 개발자가 연결, 영국 최고 공과대학 임페리얼대를 비롯한 UCL 등 유수 대학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 테크시티 내 구글 캠퍼스 내부 모습.
▲ 테크시티 내 구글 캠퍼스 내부 모습.
특히 테크시티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 모바일 결제ㆍ송금ㆍ개인자산관리 및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기술)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The Global Business Summit on ICT'에서 5개의 글로벌 ICT 기업들이 테크시티에 투자 결정을 비롯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이 6억파운드(약 1조 164억원)에 이른다.

테크시티 제라드 그렉(Gerard Grech)대표는 “R&D 세액공제, 인지세 폐지 등 세제 혜택 지원 패키지는 타의 추종 불허할 정도”라며 “테크시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ㆍ교육기관, 로컬 및 글로벌 투자자ㆍ 기관ㆍ기업 등 다양한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업의 극대화, 정보와 인재가 몰려든다=테크시티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에서 열리는 각종 이벤트 참석자는 연간 7만명을 넘는다.

벤처기업협회 최다니엘 영국지사장은 “구글 캠퍼스는 '협업'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업무공간을 비롯해 네트워킹, 교육, 컨설팅 등 모든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며 “정보와 인재를 필요로 하는 창업가에겐 아주 특별한 거점지”라고 설명했다.

테크시티는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대기업 직원이 한데 모여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고 머리를 맞댄다. 수십달러부터 수백달러까지 낸 요금에 따라 기간별로 사용할 수 있는 협업 공간은 1인 창업가를 포함한 1300여개 테크시티 기업을 성장시키는 발전소 같은 곳이다.

구글ㆍ아마존ㆍ텔레포니카와 보다폰을 비롯한 글로벌 대기업의 참여로 협업 공간은 더 늘고 있다. 아마존은 테크시티에 새 기술 연구소ㆍ인큐베이션 센터를 열었다. 인텔도 테크시티 스타트업들과 협업하기 위한 연구 공간 조성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

▲테크시티의 성공, 정부가 이끌다=구글과 아마존, 인텔을 비롯한 영국 밖 해외 대기업이 이곳에 입주하고 있는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영국 정부의 아낌없는 러브콜이다. 테크시티는 기업을 비롯한 투자사와 엔젤 투자자, 인재 서비스 기업, 홍보ㆍ마케팅 회사, 금융가 등이 공생하고 있다.

최 다니엘 지사장은 “테크시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네트워크'”라며 “다른 업을 하는 이들의 공동체 효과를 극대화하는 테크시티의 장치로 수시로 열리는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킹 이벤트'가 열린다”고 했다. 대표적인 이벤트가 영국무역투자청이 테크시티 활성화를 위해 조직한 테크시티투자조직(TCIO)이 주최하는 '창업가 페스티벌'이다. 테크시티에 있는 게임ㆍ웹ㆍ모바일 분야 IT 스타트업이 참여, 세계 각국 출신의 다양한 멘토가 테크시티를 직접 찾아 이틀간 일대일 미팅 또는 콘퍼런스에 참여한다.

또한 영국 정부는 입주 기업의 편의를 위해서는 시티 공항, 세인트 판크라스 유로철도역 등과 연계해 교통과 물류 인프라를 정비했다.

영국 정부는 법인세도 2015년까지 20% 수준으로 낮추고 특허로 얻은 이익에도 10%의 세금만 적용하고 있다. 창업자와 투자자에 대한 비자 제공을 위한 이민법을 개정한 상태다.

최 다니엘 지사장은 “테크시티를 거점으로 IT산업을 성장시키려는 영국 정부의 명확한 의지가 성공의 원동력”이라며 “영국 정부의 지원덕분에 세계적인 ICT 기업들도 몰리면서 테크시티가 영국를 넘어 유럽의 ICT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배문숙기자moons@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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