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인문교육의 실천으로 군문화 또는 폭력 문제 등 제반 사회적 난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갈수록 비열해져만 가는 사회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바른 방향을 제시한 듯하다. 사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으나 이와는 상반되게 대학의 인문학은 시간이 흐를수록 고사되는 이중적 모순에 휩싸이고 있다.
대전의 한 대학은 지난해 독일어문화학과를 폐지하고 항공운항과를 신설했다. 이로 인해 해당학과 교수들은 올해 자신의 전공과목과는 관계없이 인접학과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이들 교수는 새로 맡은 학과목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에 매진할 수조차 없는 형편이다. 대학에서 인문학이 무시되는 현상이다.
더 늦기 전에 인문학이 다시 중시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그러나 인문교육의 중시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대학이 인문학을 폐지하고 실용학과를 신설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대학의 구조조정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말 한마디 던지며 인문교육을 강조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교육부는 향후 고교졸업생 감축 등을 감안,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결국 각 대학은 교육부의 구조조정에 맞추기 위해 졸업 후 취업이 부실한 인문학과를 통폐합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대학과 연구자들의 역할도 훨씬 강화돼야 한다'며 '교양교육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도록 생각의 틀을 넓혀주고 어느 분야에서도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첫 걸음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선 먼저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기준부터 다시 짜는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