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가오지구 분양가 부풀렸다가 '망신'

법원 “도로 등 생활기본시설 설치비 잘못 반영”… 주민에 반환 판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전 동구 가오지구 개발 당시 단독주택용지 분양가를 부풀려 받았다가 반납하게 됐다.

대전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이현우)는 가오지구 개발에 따라 이주대책자로 지정된 강모(70)씨 등 17명이 LH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LH는 1996년 4월 택지개발예정지로 지정된 대전 동구 가오동과 판암동, 대성동 일대 등 이른바, 가오지구 개발사업 시행자로, 사업지구에 편입돼 주택과 토지가 수용되면서 떠나게 된 이주대책 대상자들에게 단독주택용지를 특별공급했다. 이에, 강씨 등 이주대책 대상자들은 LH가 산정한 ㎡당 31만1000원으로 분양가를 토대로 분양대금을 모두 냈다.

문제는 생활기본시설 설치비를 분양가를 산정하면서 시작됐다. LH는 도로와 상ㆍ하수도, 전기통신, 가로등, 배수시설을 비롯해 여러 공공시설 설치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해 적게는 1400여만원에서 2200만원까지 금액을 더 받았다. 하지만, 원고 측은 “공익사업에 따른 것으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구(舊) 공익사업법을 근거로 반박했다.

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주대책 대상자들에게 택지 등을 공급하는 것도 공익사업법에 의한 이주대책의 한 방법이며, 특별공급인 경우에도 사업시행자 부담으로 생활기본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LH는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 상당액을 지출하지 않아 이익을 얻은 만큼, 원고들은 손해를 입은 것”이라며 “분양대금 중 정당한 분양대금을 넘는 부분 즉,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도로공사 용지비 부담은 LH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반환금은 원고별로 1300여만원에서 2100여만원 사이로 정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