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급증 없애야 과학기술 발전… 지나친 간섭은 독,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정부 조급증 없애야 과학기술 발전… 지나친 간섭은 독,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뇌과학 연구하는 심리학자, 거침없는 제언으로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얻어 짧은기간 성과 내라는 건 잘못된 발상… 정치적 힘 배제하고 연구 자율성을 보장해야

  • 승인 2014-08-06 13:46
  • 신문게재 2014-08-07 10면
  •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정리=강제일 기자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정리=강제일 기자
[에듀스토리]손진훈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충남대 손진훈 교수는 심리학자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손 교수는 '다른 집'인 과학기술계에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의 연구 분야가 뇌과학이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뇌과학은 뇌를 바탕으로 인간 정신이나 마음이나 연구하는 것으로 기본은 화학이나 물리에 정통해야 한다”며 “뇌과학은 엄밀히 말해 과학이다”고 자신의 연구분야와 과학기술과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올해 4월 제47회 '과학의 날'에는 과학기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정부포상을 받았을 정도다.

과학기술계 각종 위원회에서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고 대덕특구 출연연 발전방안 수립에도 공헌한 공로를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통한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옛말처럼 항상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직언을 하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정부 관료들의 입맛에 적당히 맞춰가며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는 법이 없다.

'미스터 쓴소리'답게 손 교수는 인터뷰 도중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제언이라며 거침없는 열변을 토해냈다.

그가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정부의 조급증을 없애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과학기술계는 PBS(연구과제중심제도) 등의 운영으로 연구자들에게 짧은 기간 연구로 성과를 내놓으라고 하는 고질병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외국은 수십 년간 연구를 통해 성과물을 내놓고 노벨상도 받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환경은 매우 척박한 편”이라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또 과학기술계에 대한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나라의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과학기술계에서 후진국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이지 선진국에서는 결코 이런 법이 없다”며 “출연연 원장 낙하산 인사 등 소위 관피아를 내려 보낸다든지 하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지원 부분에 대해서도 열변을 이어갔다. 손 교수는 “과거 여러가지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 재정이 힘들 때마다 과학기술계 예산이 가장 먼저 가위질당하곤 했다”며 “연구자들이 마음놓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이제는 이런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고 핏대를 세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4월 제47회 '과학의 날' 유공자로 선정돼 웅비장을 받으셨는데 소감과 수상의 원동력이 있다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분들도 많이 있지만, 이런 영광이 돌아와 송구스럽다. 아마도 수상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조그마한 보탬을 주기 위해 노력했던 점을 과분하게 인정해준 것 같다.

우선 제3차 과학기술 기본계획 위원 및 '인재 양성 부분' 위원장으로서 5개년 과학기술 기본 계획(2013~2017년)을 수립하는 임무를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수행했다.

또 대통령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초대 위원 겸 신지식 재산 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가 지식재산 기본계획 및 시행 계획 수립을 통한 국가지식재산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보탰다.

2011년부터 2년 동안은 초대 국가과학 기술 위원회(국가위) 정책자문위원으로서 설립된 국가위 정책 수립에 대한 자문을 해왔고 과학기술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에서 국가 과학기술 시스템 구축과 출연연 발전방안 수립에도 관여했다.

그 결과 국가 국가위가 탄생했고 출연연 통합 이사회 초석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심리학과 교수로 과학기술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심리학은 여러 분야가 있다.

이 가운데 내가 연구하는 뇌과학 분야의 심리학은 엄격한 과학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과학 기술 발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처음 과학기술 정책과 진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6년부터 과거 과학기술부 산하 공공기술 연구처의 이사를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기초 기술 연구회의 기획평가 위원으로 일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정부출연 연구소의 정책과 발전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과학기술계에서 쓴소리를 하는 인사로 유명한데 교수님께서 보시는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은.

▲그동안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 민간 위원회 보고서, ADL 보고서 등 많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러한 보고서의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정권교체, 장관이임, 부처 이기주의, 정부 공무원의 비전문성, 과학기술자들 이기주의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과학기술은 한순간에 이룩되는 것이 아니며, 시간을 두고 꾸준히 연구하도록 해야 한다. 하나로 집중(목표, 주제, 연구사업 등)해서는 절대 안 된다.

또 과학기술계 홀대 현상이 만연해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한다.

국가에 사회 또는 경제적으로 큰 사건이 생기면 맨 먼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과학기술 분야이다. 어느 분야보다 앞서 예산 삭감, 연구인력 감축 등의 제재가 따르는 데 이렇게 하면 어떻게 창조적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것인가.

과학기술이 국민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현재는 서로 경쟁 상대인 대학(기초연구), 정부출연 연구소(공공기술 연구), 그리고 민간 기업(사업체 연구)의 미션을 재정립, 상호보완적이고 상생토록 하는 윈윈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창조적 혁신체계를 위해서는 이제는 정부개입을 최소화하고 전문가인 민간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정부는 과학기술 정책개발, 범부처 사업계획, 과학기술 인력 양성 등에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학기술계에 정치적 힘을 배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새로운 사업을 만들거나, 기존의 사업을 중도에 납득할 만한 논리 없이 없애버리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에게 연구 자율성(사업결정, 예산 배분, 독립적 연구)을 하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하며, 연구자들을 자율성에 반드시 수반되는 연구의 책무성을 엄격히 지켜야 할 것이다.

-창조 경제 실현을 위한 대덕 연구단지개발특구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지.

▲언급한 바와 같이 창조경제 실현은 R&D에서의 융합뿐만 아니라, 기술간 융합, 시장간 융합 등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샌디에고 클러스터처럼 대덕에 있는 대학, 출연연, 민간 기업, 그리고 대전시의 상생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각 기관은 자기 조직의 이기주의, 관료주의를 떠나 공통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포함 민간 기업을 많이 유치해야 하며, 예컨대, '대덕 지주회사'를 만들어 연구구개발 재원확보가 쉽도록 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연구계획은.

▲솔직히 쓴소리를 많이 해서 요즘은 과학기술진흥에 이바지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동안 경험한 바로는 너무나 부딪혀야 하는 벽이 많아서, 혁신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걸 느껴, 한편으로는 좌절감도 여러 번 느낀 적이 있다. 앞으로는 원래의 교수 자리에서 뇌과학 연구를 하면서 교육자와 연구자로 노력하고자 한다.

손진훈 교수는…
-1954년 10월 16일 부산 출생. 부산고, 고려대 심리학과, 고려대 대학원 생물심리학 박사, 효성여대 심리학과 조교수(1984~7),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1989~현재), 미국 USC, UCLA 심리학과, 마이애미 대학병원, 신시내티 아동병원 연구교수(1986~2003), 일본 규슈대 USI 객원교수(2008~10), 국가출연연구원 발전 민간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신지식분야 위원장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정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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