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사업처럼 사업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한 사업은 지속할 이유가 없다. 매몰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중단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장밋빛 기대를 안고 출발한 경제자유구역의 실패 사례가 충남에서 나온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부동산 침체 등 제반 여건은 접고라도 6여년간 사업시행자 선정이나 실시계획도 못 세우고 헛바퀴를 돈 것 아닌가.
이를 실패의 교훈으로 삼기엔 투입한 재원과 인력도 아깝다. 어쨌든 이제 당진 송악과 아산 인주의 해당 주민들은 물질적ㆍ정신적 피해자로 남게 됐다. 개발행위와 허가 제한으로 사유지가 묶이는 등으로 돌아온 피해 규모부터 파악하는 게 순서다. 그 다음 따라야 할 것은 특별지원 대책의 신속한 실행이다.
해당 지역은 각종 지역개발사업이 '올스톱' 상태였다. 민간자본 2조6017억원을 유치한다는 야심찬 포부와 달리 법이 규정한 일몰제가 닥치도록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헤맨 결과에 주민은 허탈하다. 피해 보상과 함께 지역발전에 대한 분명한 비전 제시도 곁들여야 할 것 같다. 같은 황해경제자유구역에 들어 있는 경기 평택의 경우, 면적을 줄여 보상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상실감을 더하게 했다.
재산권 피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비사업자로부터 우롱을 당했는가 하면 주민끼리 찬반 갈등의 골이 깊을대로 깊어진 상태다. 경제자유구역이 난립하게 한 정부, 수요조차 검증하지 못한 정책적 실패 책임은 가볍지 않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번 일이 지역 경제산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막을 내린 데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다. 또 앞으로 어떤 개발 전략에서든 이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충남도와 충남도의회가 나서 중앙부처, 아산ㆍ당진시 등과 협력해 '피부에 와 닿은' 피해 보상 등 지원책을 펴기 바란다. 지역민의 잘못이라면 중국무역 전진기지, 황해경제 전진기지 육성이라는 부풀려진 개발 청사진을 신뢰한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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