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활동에만 전념 가정 생계외면 '이혼 사유'

대전가정법원 “독단적 행동 신뢰상실”

사회활동에만 전념하면서 오랫동안 가정의 생계를 외면했다면 이혼사유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무너진 부부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내용이다. 부인 A(45)씨와 남편 B(46)씨는 1992년 교회에서 만나 98년에 결혼했다. 결혼 무렵 남편은 부인에게 '1년 정도 공부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부인은 동의했다.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남편은 1년이 아니라 5년간 서예를 배우다가 2003년에는 화실에 다니면서 그림까지 배웠다. 물론, 그 기간에 남편은 직업을 갖거나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2명의 자녀가 태어났지만, 부인은 생활비와 양육비에 이어 남편의 서실비와 화실비, 그림재료비 등을 부담해왔다.

물론, 남편에게 '제발 나가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남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4년 사회운동단체를 설립했고 2006년경에는 미술과 서예 등의 분야에서 여러 차례 수상도 했다.

2007년에는 모 자치단체로부터 문화발전 공로로 표창장까지 받았고, 2008년에는 모 공단의 자금을 지원받아 문화예술 관련 단체도 설립해 아파트 담보로 3000만원을 대출받아 운영비로 사용했다.

이에 부인은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유명한 정치인이 되면 대출 원금과 이자까지 갚겠다며 '3년만 기다려달라'는 말에 넘어갔다. 하지만, 3년이 지나서도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자, 갈등은 깊어졌고 2012년 4월 남편이 아파트를 담보로 또다시 2500만원의 추가대출을 받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가정법원 가사2단독(판사 왕지훈)은 부인 A(45)씨가 남편 B(46)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 소송에서 이혼과 함께 B씨는 A씨에게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왕지훈 판사는 “부인은 오랜 기간 홀로 4인 가족을 부양하며 우울증 등으로 이혼까지 요구할 정도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이상만을 좇아 부인의 절박한 바람을 외면하다가 동의 없이 아파트를 담보로 추가대출까지 받는 등 독단적인 행동으로 신뢰를 무너뜨려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5000만원의 위자료 청구에 대해선, 남편이 부정행위와 의처증, 폭행, 협박 등을 했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해 1000만원으로 정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