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를 아시나요]인두질-신기한 꼬마 다리미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우리문화를 아시나요]인두질-신기한 꼬마 다리미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 승인 2014-08-05 14:08
  • 신문게재 2014-08-06 17면
  •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번만 만난다는, 그래서 그 반가움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는 칠석날도 지나고 말복과 입추가 함께 찾아오고 있다. 올해는 절기가 빨리 찾아오고 있기 때문에 말복과 입추가 코앞에 있다.

해도 이글거리는 한 여름의 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절기는 속일 수 없다고 하는데 한번 믿어 볼 일이다.

견우와 직녀는 소를 부리며 농사짓는 남정네와 옷감을 짜고 손질하는 아낙네들을 일컫는다. 옷감을 짜고 마르고 바느질하고 다림질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삶을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요즈음은 세탁기, 다리미, 재봉틀 등 첨단 가전제품들의 발달로 일손이 많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섬유들도 최첨단 소재들이 많이 개발되어 이제 풀을 먹이거나 다림질 한번 없이 훌훌 털어 말려 입으면 그만인 세상이 되었다.

고급 소재로 되어 있어서 특별히 다루어야 하는 옷감이나 옷들은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 세탁소에 맡기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모든 일들은 아낙네들의 몫이었다. 밥하랴 빨래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가운데서도 아낙네들의 빈틈없는 솜씨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두질이었다.

인두는 요즈음의 다리미처럼 생긴 작은 쇳덩이가 쇠로 만든 기다란 쇠막대기에 달려 있고 쇠막대기 끝에는 나무로 된 손잡이가 끼워져 있는 것이었다. 인두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흔하게 쓰던 인두와 함께 특수한 일에 쓰이는 인두가 있었다. 물건을 수리할 때 쓰는 땜질 인두가 있었고 버선코를 만들고 다리는데 쓰는 버선인두도 있었다.

어떤 일을 할 때 쓰느냐에 따라 특정 작업의 쓰임새에 맞게 그때그때 만들어 쓰는 인두도 있었다. 인두는 다리미의 한 종류이긴 했지만 다리미를 쓸 수 없는 아주 세밀한 다림질이나 섬유와 섬유 또는 다른 재료들에 풀칠을 하고 빨리 붙일 때 숯불에 달군 인두로 누르거나 지지곤 하였다.

특히 윗저고리의 목 부분 동정(옷깃 위에 조붓하게 덧붙인 흰 헝겊 오리:칼라)은 자주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갈아줄 때 어느 곳 보다도 가지런하게 풀로 붙이기도 하고 다림질하여야 했기 때문에 인두가 없어서는 안 되었다.

인두를 쓸 때는 숯불 화로에 인두머리를 묻어 뜨겁게 달군 뒤에 꺼내 쓰고 식으면 다시 달구곤 하였다. 버선코를 반듯하게 하거나 다리미로는 다릴 수 없는 구석구석을 인두질로 마무리하는 우리 아낙네들의 정교한 솜씨는 어디 비길 데가 없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