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이글거리는 한 여름의 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절기는 속일 수 없다고 하는데 한번 믿어 볼 일이다.
견우와 직녀는 소를 부리며 농사짓는 남정네와 옷감을 짜고 손질하는 아낙네들을 일컫는다. 옷감을 짜고 마르고 바느질하고 다림질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삶을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요즈음은 세탁기, 다리미, 재봉틀 등 첨단 가전제품들의 발달로 일손이 많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섬유들도 최첨단 소재들이 많이 개발되어 이제 풀을 먹이거나 다림질 한번 없이 훌훌 털어 말려 입으면 그만인 세상이 되었다.
고급 소재로 되어 있어서 특별히 다루어야 하는 옷감이나 옷들은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 세탁소에 맡기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모든 일들은 아낙네들의 몫이었다. 밥하랴 빨래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가운데서도 아낙네들의 빈틈없는 솜씨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두질이었다.
인두는 요즈음의 다리미처럼 생긴 작은 쇳덩이가 쇠로 만든 기다란 쇠막대기에 달려 있고 쇠막대기 끝에는 나무로 된 손잡이가 끼워져 있는 것이었다. 인두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흔하게 쓰던 인두와 함께 특수한 일에 쓰이는 인두가 있었다. 물건을 수리할 때 쓰는 땜질 인두가 있었고 버선코를 만들고 다리는데 쓰는 버선인두도 있었다.
어떤 일을 할 때 쓰느냐에 따라 특정 작업의 쓰임새에 맞게 그때그때 만들어 쓰는 인두도 있었다. 인두는 다리미의 한 종류이긴 했지만 다리미를 쓸 수 없는 아주 세밀한 다림질이나 섬유와 섬유 또는 다른 재료들에 풀칠을 하고 빨리 붙일 때 숯불에 달군 인두로 누르거나 지지곤 하였다.
특히 윗저고리의 목 부분 동정(옷깃 위에 조붓하게 덧붙인 흰 헝겊 오리:칼라)은 자주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갈아줄 때 어느 곳 보다도 가지런하게 풀로 붙이기도 하고 다림질하여야 했기 때문에 인두가 없어서는 안 되었다.
인두를 쓸 때는 숯불 화로에 인두머리를 묻어 뜨겁게 달군 뒤에 꺼내 쓰고 식으면 다시 달구곤 하였다. 버선코를 반듯하게 하거나 다리미로는 다릴 수 없는 구석구석을 인두질로 마무리하는 우리 아낙네들의 정교한 솜씨는 어디 비길 데가 없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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