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 편집부국장 |
특히 영호남 중심의 패권주의적 국내 정치환경에서 지방과 연계된 각종 국가 시책은 정치권의 힘에 휘둘려 파워게임으로 전락했고 정략적으로 결정돼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정치역량이 부족했던 충청권은 정부의 지역개발 국가사업에서 밀리기 일쑤여서 홀대와 냉대, 자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충청민의 마음에 쌓여 있던 그런 울분은 현 정부에선 조금씩 고쳐질 것으로 믿었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세우고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천명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믿고 정부가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 투입해 정치, 경제, 문화 등 서울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국가 틀을 지방으로 분산해 국가 균형발전을 앞당겨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인지 요즘 돌아가는 관련 정부정책의 진행 모양새를 보면 영 탐탁지 않다. 당장 국가균형 발전시책의 상징물인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성공적 건설을 위한 의지가 있는 지 의문이다. 세종시가 성공하려면 많은 요인이 있지만 우선 정부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세종시 조기 안착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서 출퇴근 통근버스에 몸을 싣고 다니는 공무원이 부지기수다.
지난 2012년 1단계 이전을 시작으로 올해 세종청사 입주 3년차를 맞았지만 아직도 수도권 통근버스가 33개 노선에 요일별로 67~92대가 운행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만도 2012년 9억여원, 지난해 83억여원으로 늘더니 올해는 100억원의 당초 예산이 9월이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관련예산을 증액할 움직임이다. 세종시에 정착하지 않고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올 연말이면 중앙부처가 3단계 이전을 하니 이런 상황이면 출퇴근 공무원과 통근버스 지원 예산은 갈수록 늘어날 게 뻔하다. 통근버스 지원예산은 공무원들의 세종시 안착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취지와도 어긋나는 부문이다.
이렇다 보니 세종청사 공무원과 세종시 유입 주민들을 겨냥해 지어진 세종정부청사 인근의 아파트와 상가,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남아 돌아 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청사 주변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며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해 울상이다.
특히 세종시 부동산 시장은 최근 침체국면을 맞으며 전셋값이 1년 전에 비해 절반가량 떨어지고 아파트 프리미엄마저 사라지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세종시에 조기 안착하도록 정책의 틀 변화가 필요하다.
미래과학부가 세종시로 오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문이다. 외교부, 국방부 등 국가안보 관련 부처를 제외한 부서는 세종시로 이전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여러 핑계를 대며 세종시로 오지 않으려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 미래과학부의 세종시 이전도 안갯속이다. 미래과학부는 세종청사의 여타 부처와 연계한 업무처리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조속히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국가의 기초과학기술 수준을 튼실하게 하려고 대전과 세종을 중심기능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도 힘을 잃고 있다. 당초 국가과학기술의 메카인 대덕연구단지가 위치한 대전의 우월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과학벨트 조성사업이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등으로 흩어져 추진되면서 정치적 나눠먹기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사업이다.
그럼에도 충청권과 연계된 과학벨트사업의 중심축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공모가 제때 안돼 사업추진이 더디고 과학벨트 관련예산은 영남권 의원들의 정부압박으로 충청권보다는 포항공대 IBS연구단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단 등 영남으로 쏠리고 있어 앞뒤가 바뀌는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충청권이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호남보다 국회의원 의석수가 적은 점도 충청주민들을 화나게 하는 부문이다.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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