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대, 부실대학 희생양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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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방대, 부실대학 희생양 아니다

  • 승인 2014-08-04 18:03
  • 신문게재 2014-08-05 17면
부실대학으로 통칭되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발표를 이달 말로 앞두고 지방대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표가 일정 궤도에 올라도 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보다 못하면 부실 꼬리표를 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룰'로는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번에도 하위 15% 대학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배경이다.

우선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은 지방대에 불리한 평가 지표일 수밖에 없다. 지방대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 운영이나 학생 만족도 등 질적인 평가와 거리가 있는 점 역시 지방대의 불만이다. 일단 부실대학으로 낙인이 찍히면 경영부실대학이나 퇴출 단계가 되기 전에 사실상 사회적 선고가 내려진 셈이어서 더욱 문제다.

이렇게 될 때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으로 힘겨운 지방대 현실에서는 학생 충원에 더 타격을 받게 된다. 2013년만 해도 미충원 인원의 96%가 지방대와 지방 전문대학에서 발생했다. 하위 15%를 부실대학으로 퇴출하는 방식은 수도권대와 지방대 격차를 더 벌리는 효과도 있다. 비수도권 대학 입장에선 불공정한 경쟁이다.

실제로 2014학년도 부실대학은 수도권이 5개인데 비해 지방대가 30개로 86%를 차지한다. 지난 3년간 재정지원 제한대학 121개 중 94개교가 비수도권 대학이다. 지역 현실과 대학별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못한 결과다. 지방대 고사정책이란 주장은 결과적으로 수도권 대학만 비대화한다는 데 근거를 둔다.

본의는 아닐지라도 지방대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삼는 방식으로 흐르고 만 것이다. 어느 대학이든 부실대학에 선정될 수밖에 없다면 불리한 쪽은 지방대다. 대학별 이해관계가 맞서 지역별 평가 기준의 차등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가면 지방에 소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먼저 문을 닫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방식으로 하려면 수도권대과 지방대를 분리하거나 지방대에 일정한 가중치를 주는 등의 보완책이 요구된다. 그보다는 대학별 중점 분야와 성취도 등이 반영된 평가 방식, 수도권과 지방대의 격차가 반영된 새 평가지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방대에 구조적으로 불리한 요소라면 이런 부분을 감안해야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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