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철 한국코치포럼 고문 (전 카이스트 감사) |
그러면 창조경제의 허브로서의 대덕특구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 필자는 몇 달 전 중앙과학관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여했다가 한 연사로부터 귀에 쏙 들어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덕특구의 한 대기업 연구원장인 그가 한 말은 “과거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21세기의 선두주자(first mover)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trust)이며, 그를 위해서는 새로운 소통(communication)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였는데, 필자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 주었다.
지금 대덕특구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신뢰와 소통의 부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소통이 없으니 신뢰가 생길 리 없고 신뢰가 없으니 일이 진척되기가 어렵다.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대덕특구 창조경제의 관건은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공학을 전공한 연구원 출신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차 전공 얘기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새롭게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새로이 공부한 것이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이며 그러다 만난 분야가 코칭이다.
코칭을 처음 접한 순간 필자는 “이게 이 시간 이후 나의 새로운 일이구나”하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고, 필자처럼 살아가고 있을 대덕특구의 연구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언젠가 후배 연구원들에게 코칭을 전파하는 꿈을 꾸며 젊은 시절 박사학위 하던 시절에 버금가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해서 지난 12월에 처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공개강좌는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게 될 정도로 성장(?)했고, 이제는 수강생 중에 연구원들도 제법 된다.
지난주 토요일 7기 워크숍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보강교육이 끝나고 점심을 같이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는 뜻밖에 이야기가 나왔다. 7기는 특이하게도 연구원이 6명이나 됐는데, 그 자리에서 어느 연구원이 하는 말이 “임파워링 코칭 동문회에 속해있는 연구원들을 모아 같이 활동하면 특구소통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필자에게 대덕특구의 소통을 위해 앞으로도 더 열심히 코칭 워크숍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 또한 나중에 봉사활동에 필요한 코치 자격증을 따는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 필자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필자는 내심 기뻤다. 사실 필자가 코칭 워크숍에 힘을 기울이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코칭을 확산시킴으로써 새로운 소통문화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강생 중 누군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랍고 기뻤다.
지금 수강자 중 대덕특구 연구원의 원장 또는 부원장급 책임자가 벌써 5명에 이르고 본부장급까지 하면 10명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인데, 이들이 있는 연구원에서는 매 기수 연구원들을 워크숍에 참여시키고 있다. 코칭을 통해 원내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시도이다. 이들 모두가 코칭을 통한 소통 가능성에 공감하는 만큼, 대덕특구에 코칭을 통한 소통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한다. 필자는 교육할 때면 늘 강조한다.
코칭이란 것이 단지 스킬을 배우는 것이 아닌, 철학과 정신을 익히는 거라고. 그 철학과 정신이란 다름 아닌, 다른 사람도 나처럼 특별하다는 믿음, 인간은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믿음에 더해, 인간존중의 따뜻한 마음과 진정성이다. 우리가 이런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으면 그 누구와도 소통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덕특구의 연구원들은 소통이라는 것이 어색하고 익숙치 않아서 그럴 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코칭이 대덕특구의 소통문화 구축에 큰 역할을 함으로써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서의 새로운 역사적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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