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공기업 사장 '인사청문회' 시행될까

대전도시공사 사장 첫 사례… 제도적절차 마련 '미흡' 국회ㆍ안행부 부정적… 관련법 개정 선행이 우선돼야

권선택 대전시장이 산하 지방공기업 사장의 인사청문회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시행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공신 임명 등 정실인사 타파와 전문성 및 경영능력 검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국가공기업에서도 시행하지 않아 국회나 안전행정부의 부정적 시각이 우세한데다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권 시장은 첫 사례로 공모가 끝난 대전도시공사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제도적 절차 마련이 미흡하고 시의회에서 조차 한계점 등을 지적하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3일 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공모 마감한 대전도시공사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시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방공기업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국회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시는 대신 가칭 '지방공기업 사장 임명 절차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도덕성 검증보다는 전문 경영능력 검증과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권 시장 역시 최근 간부회의에서 “공약에 따라 첫 번째로 공모가 끝난 대전도시공사 사장부터 인사청문회 도입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7명의 지원자중 대전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서류와 면접심사를 통해 2명을 권 시장에게 복수추천하고, 이 가운데 한 명을 내정,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하는 절차다. 하지만 제기되는 문제뿐 아니라 제도적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시행여부는 불투명하다.

시의회가 주관할 경우 도덕성 검증 등 실질적인 인사청문회 운영에 한계가 있을 뿐더러 자치단체장의 권한 침해 소지를 내포한데다 국회의원과 달리 시의원은 면책특권이 없고, 정보수집 권한이 부재한 것이다.

설령 시의회가 주관해 인사청문회를 하더라도 향후 심각한 흠결 발생시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때문에 시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전문가 등을 포함하는 위원회를 시 주관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제도적 절차를 검토 중이지만 방안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대전도시공사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시행은 시간적으로도 촉박하다. 제8대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오는 18일 취임 예정인데 오는 5일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복수추천, 권 시장의 내정, 인사청문회, 권 시장 임명, 취임 등 불과 2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서둘러 진행하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이는 관련법이나 제도적 절차가 마련된 상황을 가정한 것이어서 지방공기업 사장의 인사청문회 첫 도입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제도적 절차를 검토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