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재보궐선거에서 대이변을 일으키며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인이 31일 오전 순천시 역전시장을 자전거로 돌며 시민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사진 |
'박근혜 대통령의 남자'로 야당 텃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자'인 야당 후보를 누르고 그가 여당 후보의 첫 당선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동안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야당 후보가 아니면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호남에서 지난 19대 총선을 비롯해 그동안 수차례 출마해 거듭 낙마하면서도 여당 후보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는 정치인이면 누구나 지녀야 할 덕목인 '의리', '신의'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경선 과정에서 불리하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되면 훗날 복당하거나 여기저기 당을 옮겨 다니는 이른바 '철새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
30년 정치생활 동안 한 길을 걸으며 결국에는 호남사람으로서 영남출신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 '대통령의 입'이라는 별칭을 얻기까지 그가 겪었을 수많은 갈등과 좌절, 인내와 재기의 노력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호남의 예산 지킴이'로서의 그의 역할이 상상 이상이었다는 점이 이른바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입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속속 전달되면서 새누리당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역 일꾼으로서는 쓸만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심어준 것도 결정적 배경이 되었다. 7·30 보궐 선거 과정에서 만난 고위 공직자들은 하나같이 이정현에 대한 칭찬과 기대감에 차있었다.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모 기관장은 “순천 시장과 곡성 군수만 빼고 대부분 기관 단체장들이 내놓고 이정현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들 한다”며 “그것은 그동안 이 후보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는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지역 예산을 따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한 술 더 떠 “할 수만 있다면 지난 지방 선거 과정에서 꾸려놓은 나의 사조직이라도 동원해 그를 돕고 싶은 심정이다”고 털어놨다.
그의 독특한 선거운동 방식도 유권자들에게 먹혔다. 중앙당의 지원을 한사코 뿌리치며 '왕의 남자'라는 화려한 별명을 벗어던지고 홀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일일이 유권자들의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저는 조직이 없으니 여러분이 저의 선거 운동원이 되어 주십쇼', '고향을 위해 죽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이지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라고 읍소하는 선거 운동 방식이 정이 많은 시골 유권자들의 동정심을 유발시켰다. 이제 모두가 기대했던 '선거 혁명, 정치혁명'이 성공한 만큼 이정현이 해결해야 할 책무 또한 막중해졌다. '지긋지긋한 지역구도에서 벗어나 열심히만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지 않도록 그의 분투를 기대해본다.
노컷뉴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