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 접속했더니… 돈이 줄줄

은행 가짜홈피 자동접속 유도 수억 가로채… “보안카드 숫자 30개 요구땐 의심”

국내 5개 주요은행의 홈페이지를 똑같이 위조해 국민들의 돈 수 억원을 가로챈 사기단이 붙잡혔다.

가짜 홈페이지는 보안카드 번호 30개 상당을 전부 입력해야 하는 점이 정상 사이트와 달랐다. 정상적인 경우 보안카드 숫자 몇 개 정도만 입력하면 된다.

충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5개월간 무작위로 이메일을 발송, 피해자들의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어 가짜 은행 홈페이지로 접속케 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고 2억 4000만 원 상당의 금원을 가로챈 금융사기단을 붙잡아 총책 송모(33)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김모(18)양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중국 연변에서 자체 제작한 바이러스를 이메일로 발송하거나 인터넷 이슈 기사, 동영상 등으로 유인해 클릭 시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는 인터넷 뱅킹을 시도할 때 자동으로 똑같이 생긴 가짜사이트로 접속하게 되는데, 사기단은 돈을 빼내기 위해 반드시 은행 보안카드 번호 30여 개를 모두 입력하도록 했다. 정상적인 경우 보안카드 숫자 몇 개 정도만 입력을 요구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로그인 시 보안승급을 유도하며 각종 입력창이 별도의 인터넷 창으로 뜬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보안카드 번호를 획득한 이들은 피해자들의 통장에서 자신들의 대포통장으로 마구잡이로 돈을 이체했다.

이들이 만든 가짜 홈페이지는 전문가 조차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들은 30대로 추정되는 조선족 '창호'라는 남성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경찰청 류근실 사이버수사대장은 “전국민이 피해 대상으로 국내 자금을 중국으로 빼간다는 점으로 미뤄 악질 범죄”라며 “일반적인 금융사이트는 절대 보안카드 30여 개를 모두 입력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