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건양대 대우교수·전 대전국제교류센터 소장 |
한일관계 악화이후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일본 최대의 코리아 타운인 신주쿠 오구보도오리도 여전히 썰렁한 분위기였다. 3년 전 같이 북적대거나 줄서는 풍경은 안 보였다. 26년 전 일본에 와 유학을 마치고 식품 유통 및 가공 그리고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서울 마켓 진영섭 대표는 “매출이 30% 이상 줄어 한 때 200명이었던 직원의 수가 지금은 130명이 되었다” 며 한숨을 쉬었다. 또 부동산업과 유학업을 하고 있는 동경유학생모임의 고경훈 대표는 “한인업소의 매출 감소로 빈 가게가 늘어가고 있다. 새 주인은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에다 무네하라(53)씨는, 시마네현 출신으로 학교에서 이지메 등으로 탈락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필자와는 12년 간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 온 사이다. 그는 “민간교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중단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손을 꼭 잡았다.
지난 6월 말 필자가 급하게 일본지역 인턴십 희망 학생 4명 중 2명을 자신의 회사에서 맡아 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받아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직접 논산까지 와서 대학 시설을 둘러보고 인턴십에 참가할 학생들을 만나본 후 필자의 흑석동 시골집까지 들르는 뜨거운 우정을 보여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그의 말대로 교류는 중단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제 장마도 걷히고 휴가철이 되어 해외로도 많이 나가 교류를 하는 시즌이 왔다. 해마다 청소년 교류단체나 학교들은 방학을 이용하여 축구나 검도 등 스포츠와 합창, 연극 등 문화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도 중단하지 말고 계속 되기를 바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도 이달 말에 일본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서로 간에 필요한 분야에서의 교류를 늘리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지난달 중순 대전에 있는 한국칭찬운동연구협회는 일본칭찬달인협회 임원들을 초청하여 세미나를 열고 교류 협약식도 가졌다는 중도일보 기사를 읽은 바 있다. 일본에 6년간 살았던 필자에게는 기쁜 뉴스였다. 한일 간에 민간교류는 정치적 갈등에 상관없이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이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다양하게 더욱 확대돼야 한다. 부모세대가 먼저 좋은 모습으로 본을 보여주어 자녀세대까지 화합하는 모습의 전통이 이어져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방자치 단체 간에 자매관계나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수는 154개에 달한다. 대학이나 라이온스 클럽 등 사회, 시민단체 민간 교류의 수까지 세자면 한참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만큼 많이 있다. 영유권 문제 등이 불거져도 서로 도움이 되는 분야의 교류를 잘 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정서와 분위기를 이유로 교류를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사례도 있음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중단하지 않고 20년 이상 한국으로 수학여행 오는 고등학교가 있는가 하면 3년 전 동일본대지진 때에도 중단하지 않고 이어오는 '틴지락 아시아 청소년 음악행사'도 있다. 지난달 25일 인천에서 열린 행사에는 하시모토 이바라기현 지사도 참석했다. 두 나라는 비행기로 불과 2시간 이내의 거리의 가까운 이웃이다. 서로 옛날 시골 동네의 사촌처럼 자주 오가면 이해의 폭도 넓혀지고, 우호 친선의 열기는 정치적 갈등으로 굳어진 장벽도 쉽게 녹여 버릴 것이다. 앞이 잘 안 보이는 안갯속의 한일관계, 중단 없는 민간 교류로 치고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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