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치부 부국장 |
홍 지사의 '친절한 진단'이 아니더라도 박 대통령은 위기에 처해있다. 세월호 참사와 연이은 인사 실패는 그를 궁지로 몰고 있다. 지지율이 40%대를 위협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권력은 여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치인은 여론을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지율 40%대는 국민 절반 이상이 국정에 부정적이거나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학자들은 40%대 지지율로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신뢰는 미래를 낙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의를 품었을 때, 불신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려고 생각할 때 생긴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불신은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최고 권력에 오른 박 대통령으로서는 답답한 일일 것이다. 불신이 팽배한 사회를 통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병을 고칠 수는 없다. 불신의 정점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다. 박 대통령 조차 수없이 말했듯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길만이 국정을 정상화하는 첩경이다.
대통령의 집권 2년차는 호랑이 등에 올라 질주하는 시기라고 비유한다. 집권 1년 기간 마련한 국정 계획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시기라는 뜻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이후 국정의 시계는 사실상 멈춰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이제 3년 남짓의 시간을 남기고 있다. 잠룡들이 차기 대선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기를 감안하면 실제 국정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되고, 도피 조력자들이 잇달아 자수를 해도 국민적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진실규명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까닭이다.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지사가 공공연히 '대통령의 레임덕'을 말한 것은 이런 식으로 국정운영이 된다면 차기 대선정국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다른 표현이다.
김무성 의원을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한 '7ㆍ14 전당대회'는 차기 권력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안이었다. 김무성 의원과 대표 자리를 놓고 겨루던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은 전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김무성 의원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중대 결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일정에도 없었던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서 의원이 경선 사퇴 가능성을 말했어도 대표직은 김무성 의원에게 돌아갔다. 김무성 대표는 당의 수장으로 오른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내 대선주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당대회 후 2주째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정몽준 의원을 제치고 여권주자 1위에 올랐고, 여야를 합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도 야권의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이긴 것은 당 쇄신이라는 명분보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기대가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의원의 패배는 당내에서 이미 예견됐다고 한다. 천안출신의 서청원 의원은 충청권을 제외하고 여론조사는 물론 득표율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친박'이라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멀어진 이유는 불분명하다. 지난 2010년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정치 생명을 걸었던 박 대통령과 이견을 보여 멀어졌다는 것이 외적으로 알려진 이유다. 김 대표는 2017년 대선 전초전인 2016년 4월 총선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김 대표는 이미 대권플랜을 가동 중에 있고,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정 정상화를 서둘러야 하는 박 대통령과 '미래권력'의 반열에 오른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당청 협업'을 할지는 미지수다.
오늘은 새로운 선량 15명을 뽑는 재보궐 선거일이다. 선거결과는 이번에도 여야의 승패가 불분명한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선거 후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불신의 벽을 허물기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사회에 드리워진 불신의 그늘을 걷지 않는 이상 '백약이 무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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