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병안 정치사회부 |
여기서 '왜'라는 질문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행정상 사망자 신분으로 살았을 노인의 삶을 지켜보는 우리의 자세다.
기자가 25일 대전 동구의 한 노인병원에서 만난 이모(78)씨는 2009년 행정상 사망자가 됐다. 기록에 의하면 이씨는 2003년 가출인신고가 접수돼 2009년 법원에서 실종선고를 받아 그 서류를 가족이 동사무소에 제출해 행정적으로 사망자로 처리됐다.
서류상 사망자가 된 이씨는 신분증이 없으니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일부터 벽에 부딪혔을 것이다. 직장을 가질 수 없고 은행 통장도 만들 수 없으며, 병원은 물론이고 경찰서에 보호조차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씨는 지난 4월 처음 발견될 때 눈 질환으로 한쪽 눈이 심각하게 감긴 상태였고, 무릎에 통증을 호소했으며 보호기관조차 정당하게 숙식을 제공할 수 없었다.
이런 상태서 대전노숙인종합지원시설이 이씨의 아들에게 연락해 아버지를 모셔가거나 사망처리를 바로잡으라 요구했지만, 두 가지 모두 거부했다.
또 아들은 기자와 통화에서도 가출인신고 또는 행정상 사망처리 전후에 가족이 아버지와 동거한 적이 있으나 그 당시에도 법률적 문제를 바로잡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보면, 아버지 봉양은 고사하고 질환을 겪고 거동도 불편한 78세 노인을 아무런 복지혜택도 받을 수 없는 행정상 사망자 신분으로 두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부모를 지게에 지고 산골에 옮겨뒀다는 고려장(高麗葬)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보게 된다. 노인복지법은 부양의무자로서 책임이나 의무를 거부·포기해 노인의 의식주 및 의료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방임으로써 노인학대로 규정했다는 게 옛날과 지금의 차이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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