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 씨지엠 컨설팅 대표 |
대전에서도 지난 24일에 서대전공원에서 세월호 100일을 맞아 '4ㆍ16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전시민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권선택 대전시장과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도 참석해 뜻을 함께 했고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세월호 분향소에는 아직도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주 으능정이 거리와 대전역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촉구 서명과 추모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날 많은 국민들은 슬픔에 잠겼다. 또 구조를 애타게 기다렸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민들은 다짐했다. 결코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그러나 시간이 흘러 100일이 지나며 그 다짐들은 일상에서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도 줄어들었고 특별법 제정 서명도 지지부진하다. 국회의 진상조사도 무엇하나 속시원하게 밝혀내는 것이 없고 정치권은 노란 리본을 달고만 다닐 뿐 이미 외면하는 모습이다.
만약, 세월호 참사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수 백명이 가족을 잃고, 자식을 잃은 부모가 500여명 발생하는 이런 사태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100일 동안에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책임자에 대한 수사나 재판도 한 건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일이 다른 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유럽 대부분의 선진국은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에 나치에 협력했던 부역자까지 처벌을 단행했다. 지금도 나치전범에 대한 수사가 지속되고 있고 재판도 지속되고 있다. 전범국가인 독일도 마찬가지다. 수사내용과 결과는 국민들에게 모두 공개되고 있다. 이런 것이 국가적인 참사를 해결하는 선진국의 모습이다. 하지만 세월호에 대한 수사나 진실규명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구조 못한 정부기관의 모습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고 잊지 않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도 크게 분노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의식은 사라져 가고 허위의식에 사로잡히고 있는 것이다. 허위의식은 잘못된 현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잘못된 실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문제점을 희석시키게 만드는 의식이다. 오랫동안에 만들어진 허위의식에 자기도 모르게 순응하고 문제의식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100일 전에 슬퍼하고 분노하던 심정들이 지금은 남의 일 같기도 하고, 꼭 자신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특별법 서명에 대해서도 망설이게 되고 유가족의 슬픔도 왠지 내가 안보면 남의 일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를 정치적인 문제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수 백명의 국민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일이 어떻게 정파적으로 해석되는 일인지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으로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들의 입에 놀아날 일이 아닌 것이다. 상식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애를 써야한다. 한 단계 더 나가서 재발을 막기 위한 법을 만들고 안전시스템을 과감히 고쳐나가야 한다.
벌써 100일이 지났다. 우리는 허위의식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잊혀져가는 문제의식을 일깨워야 한다. 상식적으로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이 사회가 할 일이다. 그래야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들의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풀어 줄 수 있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해 줄 수 있다. 부디 세월호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은 국민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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