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형 공주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7월 들어 여러 언론매체에서 태형동물의 일종인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가 4대강 등에서 발견됐다고 보도되며 보 철거 및 수중생태계 오염 논란이 일고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1990년 중후반 수입 물고기의 국내 반입시 함께 들어와 서식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중충한 색깔, 투명한 젤리 같은 몸체 등 특이한 외형적 특성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미적 불쾌감을 일으키게 한다. 물론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이끼벌레가 발견됐다는 것은 지역의 수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통한 대처방안 강구라는 점에서 낯선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정확한 생태적 특성과 수질과의 상관성 등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수중에 생육하는 무척추동물인 태형동물의 한 종류다. 수중의 바위나 수초, 나뭇가지 등 표면에 이끼모양으로 군체를 이뤄 서식하며 세균, 조류, 동물플랑크톤, 원생동물 등을 섭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형동물은 전 세계적으로 3500~5000여 종이 분포하고 민물에 서식하는 종은 약 50여 종이다. 국내에는 1928년 최초로 보고된 1종과 1941년에 확인된 9종, 그리고 최근에 발견된 외래종 1종을 포함해 총 11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큰빗이끼벌레는 자연수계에서 생태계에 피해를 준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청정수역에서부터 다소 오염된 수역에 걸쳐 출현하고 있으나 오염이 심한 수역은 오히려 살지 못하는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큰빗이끼벌레의 도입과 생육특성 및 지난 1994년에서 1995년 사이 갈수기시 4대강 등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많이 발견돼 이슈화됐던 사례 등도 있다.
최근의 이러한 큰빗이끼벌레의 증가는 높은 수온에 의해 휴지아의 발아시기와 속도가 빨라지고, 가뭄에 의해 하천수위가 낮아지면서 수중에 있던 큰빗이끼벌레들이 기존보다 더욱 쉽게 노출돼 관찰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물론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보들로 인해 유속이 느려진 것도 일부 원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과 무관한 북한강 상류나 기존 댐 저수지에서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생태계 악화 등으로 인해 큰빗이끼벌레가 출현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큰빗이끼벌레의 출현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만 할까.
큰빗이끼벌레는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했을 뿐, 새로 등장한 괴 생명체가 아니라, 과거부터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 존재해왔던 생물체다.
물체의 겉모습만 보고 생태계 파괴라는 과잉 해석은 지양하고, 왜 이 생물체가 나타났는지, 이 생물체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큰빗이끼벌레에 대해 현재까지 시행된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국내 하천 서식현황 및 사멸시 수질영향 여부, 독성 등 생태계에 미치는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또 과잉 성장시는 어쨌든 수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필요시 환경부와 관련 지자체, K-water 등은 국민들의 심미적 불안감 해소와 건전한 수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큰빗이끼벌레의 수거작업 등 관련대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7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유역에서 관찰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에 관한 체계적인 조사, 연구를 추진해 관리대책 마련의 토대를 확보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번 조사가 환경부 발표대로 내실있게 수행되는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자 한다. 또 조사가 큰빗이끼벌레의 전국 분포현황, 독성 등 정부차원에서 최초로 실시하는 조사인 만큼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되고,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차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