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환경과학연구부장 |
그 뒤 다양한 분석장비가 개발되고 많은 암석의 측정결과가 발표되었는데, 1956년 미국의 클레어 패터슨 박사가 '운석과 지구의 나이'라는 논문을 통해 지구는 45억5000만년 전에 태어났다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였다. 막연하게 추정되던 지구의 나이가 현대적 분석과학의 발달을 통해 비로소 밝혀진 순간이었다.
오늘날 과학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지구의 나이는 과연 얼마일까. 2012년 덴마크 국제연구팀은 운석에 포함된 작은 조각의 나이가 45억6730만년이라고 발표하였다. 뜨거운 기체 성분의 원시태양계에서 최초의 고체덩어리가 이 시기에 형성되었고, 결국 지구는 이보다 수천만년 이후에 형성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이 첨단분석에 사용된 운석조각의 크기는 쌀 한 톨보다도 작은 크기였고, 연대측정 계산에 사용된 납 동위원소는 전체 조각의 100만분의 1 정도인 10나노그램(ng:10억분의 1그램)이었다. 50여년전의 패터슨 박사의 분석실험에 비해 필요한 시료의 양이 1000분의 1이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결과의 오차는 1.5%에서 0.0035%로 낮아져 분석의 정밀도는 수백배나 향상되었다.
달의 암석도 지구의 기원 연구에 중요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달의 기원은 지구의 10분의 1 크기인 행성체가 지구와 정면으로 충돌한 후 떨어져 나간 파편들이 하나로 뭉쳐서 시작되었다는 '대충돌이론'으로 설명되고 있다. 최근 호주 국제연구팀은 아폴로17호가 가져온 달의 암석에 대한 연대측정을 통하여 달의 나이를 44억1700만년으로 발표하였다.
이 실험에는 암석을 녹이지 않고 아주 작은 빔을 시료표면에 맞춘 뒤 튀어나오는 동위원소를 분석하는 첨단방법이 사용되었다. 이렇게 티끌보다도 작은 크기의 운석과 월석 조각이 지구 역사탐구의 중요한 증거물이며, 첨단 과학을 사용해 우주미세조각에 포함된 극미량 원소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상상력을 초월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왜 지구의 나이를 계산할 때 우리 주변의 돌멩이를 이용하지 않고, 우주를 떠돌던 운석을 분석하는 것일까? 지구의 암석과 광물은 화산, 지진, 마그마 및 풍화 등에 의해 생성과 소멸을 거듭 반복하고 있어서, 지구가 태어날 때 생긴 물질이 현재의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와 생일이 같은 소행성과 운석들은 어릴 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운석을 연구함으로써 지구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9일 저녁 8시 진주운석이 떨어졌을 때, 많은 언론기사는 가격논란에 집중하였지만, 운석과 지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진주운석으로 지구와 태양계의 비밀을 밝힐 수 있게 되어 마음을 설레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네 개의 진주운석은 발견한 분들이 보관하고 있지만, 300 정도의 부분 운석이 기증되어 연구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적은 양이어서 다양한 분석과 연구에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슈림프와 나노심스와 같은 고성능 이차이온질량분석기를 이미 갖추고 있어서 운석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소량의 진주운석 조각만으로도 국내에서 정확하고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나, 운석연구 선진국에 비하면 관련 인프라는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2014년 우주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돌덩어리인 진주운석은 한국과 우주를 이어주는 중요한 징검다리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수천년간 인류의 관심사였던 지구와 우주의 비밀을 우리의 과학으로 증명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시작되어야 한다. 운석은 로또가 아니라 태양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결정적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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