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야하는 특허이야기]한국 안에 갇힌 세계적 디자인

국제디자인출원제도 활용 피해 예방을

▲ 박성준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

얼마 전 어느 디자인심사관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후배가 독일출장을 다녀오면서 사람이 양팔을 벌리고 있는 재미있는 형상의 독일산 티백(Tea Bag)세트를 선물로 사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티백디자인은 우리나라 디자이너가 원조로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까지 받은 제품인데 독일의 유명 디자인용품사에서 모방해 제작,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조디자인은 2008년 우리 특허청에서 디자인등록을 받았고, 200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생활용품전시회에 출품했다.

이때 독일회사로부터 디자인계약 제안을 받았는데 창작자가 그 제안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독일회사는 원조디자인이 유럽에 디자인등록을 받지 않은 허점을 이용해 모방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원조 디자이너가 그 독일회사의 아이디어를 모방한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모방제품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린다고 하니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의 디자인등록만으로는 외국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사례처럼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의 창작물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도 국제무대에서 억울함을 당하거나 피해를 보는 경우를 가끔 본다.

▲국내 디자이너의 원조 티백 디자인

지난 한해 국내의 디자인출원은 무려 6만 7000여 건에 달한다. 그러나 내국인의 국제디자인 출원은 연간 8000 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대기업에서 출원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중소기업이나 디자이너 개인의 국제출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러 나라마다 다른 제도에 따라 그 나라 언어로 출원하기 위해서는 각국마다 현지대리인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엄청난 비용 감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특허청에서는 지난 7월1일부터 헤이그협정에 따른 국제디자인등록출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한 가지 언어, 하나의 출원서로 77개국에 동시에 출원할 수 있다.

▲ 독일 디자인용품사에서 판매하는 모방 티백디자인

나라마다 대리인을 따로 지정할 필요가 없고 보정이나 등록 후 관리도 쉬우며 등록료도 저렴하여 여러모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참에 우리 중소기업과 디자이너들의 우수한 디자인이 디자인권이라는 창과 방패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