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 신월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의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 조동수 전 교장. |
공주 신월초등학교, 그 앞 횡단보도에서 매일 아침 등교 시간에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교통지도를 하는 분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지는 오래된다. 교장으로 정년퇴직 후에도 학교 앞 횡단보도를 지키는, 소문으로 전해 들은 주인공을 직접 만나고 싶어서 학교 앞에 도착한 시간을 보니 아직 이른 시간 같았다. 등교하는 어린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좀 기다리니 오전 7시 30분쯤 되어서 낡은 자전거에서 내리는 이를 보니 과연 전에 이 학교 교장으로 있던 조동수 씨다. 왜 자전거로 오느냐고 물으니 “공기 오염을 줄여야지요. 운동도 되고 해서 비 오는 날만 빼놓고 늘 자전거로 다닌다”고 답한다.
-언제부터 어린이 교통지도를 했나?
▲“신월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지난 2005년부터 현직 교장으로 4년간 교통지도를 했고 지금 이 학교 3학년인 손녀가 1학년에 입학해서부터 다시 이 자리에 섰으니 올해 7년째입니다.” 조 전 교장을 잘 아는 이은철 전 교육장에 따르면 조 전 교장은 평교사 시절부터 학교 앞 교통지도를 했으니 아마 20년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몸에 밴 봉사 정신 탓으로 쉽게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통지도의 동기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얼마나 귀엽습니까? 어린이는 안전해야 합니다. 학교폭력도 없어야 하고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는 보호되어야 합니다. 복잡한 도로에 어린이를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길을 건너는 아이들이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분들에게 주의를 환기해야 합니다.”
정지선에 멈춰 섰다가 지나는 차에도 허리 굽혀 인사를 하는 조 전 교장에게 인사하는 이유를 묻자 “고맙다는 인사이기도 하고, 오늘도 안전운행해달라는 부탁의 인사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차 안의 운전자들도 손 흔들어 인사를 한다.
-교통지도의 보람은?
▲“교장이 현장에서 직접 등교를 도와주니 아이들은 좋아서 할아버지처럼 따르고 학부모도 고마워합니다. 그러나 일부 다른 교장이나 교사들은 '교장이 직접 나서서 할 일은 아니라'며 비판적인 반대 의견을 말하는 분도 있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나름의 봉사적 철학은 꺾지 못합니다. 아침마다 만나는 어린이 모두에게 '예뻐요, 착해요, 사랑해요' 하며 먼저 인사하는 것이 하찮은 것 같지만 피그말리온 효과 이상을 확신합니다. 봉사는 스스로 해야 합니다. 훌륭하게 된 자식의 뒤에는 공덕을 베푼 훌륭한 부모님이 계십니다. 이렇게 봉사하는 것이 언젠가 뒷날 우리 자식들에게 복으로 돌아올 것을 믿으면 더욱 힘이 납니다.” 이때 길을 건너던 한 어린이가 다가와 인사하며 조 전 교장을 폭 껴안아주고 간다. 그 모습을 보니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손자가 지금 유치원 다니는데 유치원을 마치고 이 학교에 입학하면 그 애가 졸업할 때까지는 해야지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정지선을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환하게 웃는 조 전 교장의 모습은 신념에 차 있었다.
공주=임혁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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