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도시의 경관은 도시의 옷이요, 패션이다.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 도시의 품격이 다르게 된다. 물론 겉만 화려하다고 좋은 도시는 아니다. 옷의 역할인 외부로부터의 피부보호, 보온과 땀의 배출이 원활한 기능성이 있으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해야 한다. 물론 도시의 경관을 바라보는 시각도 시대에 따라, 주민의 문화나 풍습이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제각각이다.
또 이상적인 옷은 있지만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허술한 옷을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도시의 특성에 어울리는 조화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4만달러시대 이제 도시의 모습은 달라져야 한다. 자연과 교감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건강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즉, 사람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공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도시, 생태도시로 복원해야 한다. 생태도시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을 조성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도시, 폐기물 처리가 환경친화적이며, 무공해 에너지를 생산ㆍ사용하는 자연순환 체계가 확립된 자연순환성 생태도시, 시민의 편의가 최대한 배려되고, 주택ㆍ교통ㆍ인구 등의 도시 구성요소가 상호 고려돼 계획 조성된 지속가능성 생태도시 등을 들 수 있다.
-내포신도시는 녹지율 50% 이상의 그린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포신도시는 녹지율 50% 이상의 도시가 숲이 되는 '그린 시티(Green City)'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멋진 도시로 개발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조성도시로서의 기능성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 다소 아쉬운 측면도 없지 않다.
첫째, 큰 틀에서 일반적인 신도시 하나를 옮겨 놓은 꼴이다. 수도권 위성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고 틀에 박힌 모습이다. 주변은 어느 시골과 다르지 않은데, 섬처럼 주변지역과 어울리지 않아 용봉산과 목리천, 신경천 등 주변환경과의 생태적 조화에 좀 더 신경써야 한다.
둘째, 생태도시로서 다소 부족하다. 아파트에서도 아침에 새소리를 듣고 잠에서 깰 수 있고, 낮에는 개구리 소리를 듣고, 저녁 천변 산책길에서 물오리를 만나는 풍경과 같은 자연과 교감하는 목표와 같은 생태적 목표가 있어야 한다. 용봉산의 배후녹지를 신도시로 연결하는 녹지축을 구축하고 녹지율은 높였으나 생태적 기능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하천 둔치에 자전거길 산책로를 조성하지 말고 제방측으로 옮겨 자연에 돌려주면 하천의 통수능과 생태 회랑으로서의 기능이 확충된다.
셋째, 하천축과 바람길, 녹지축을 최대한 일치 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내포신도시는 녹지축은 용봉산에서 방사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하천축은 금마천과 신경천 합류점에서 방사형으로 구성돼 있어서 서로 불일치한다. 하천축과 녹지축을 일치시키고 부족한 녹지부분은 도시공원이나 가로축을 통해 조성하면 된다. 하천은 공기의 밀도차를 유발해 바람길을 만드는데 유리하다.
넷째, 개별단위 즉 가정이나 건물에서의 생태적 기능을 살려야 한다. 도시의 색채, 건물의 모양과 색채, 주택의 옥상 및 벽면 녹화, 불투수면과 생태텃밭 등 동식물과 사람이 거주지에서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조성도 필요하다. 먹이와 서식처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동물상의 특성을 고려한 도시 생태축을 구축해야 한다.
-내포신도시는 명품신도시로 발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몇가지 조언해 준다면.
▲세계적으로 가볼만한 명품도시는 특색이 있다. 역사와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는 깔끔한 도시, 수려한 자연경관이 도시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도시, 자연과의 공생, 자원의 생태순환이 이뤄지는 생태도시 등이 다양하다.
문제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가며 오랜시간 변하지 않는 가치로 잘 가꾸어진 도시가 명품도시라 할 수 있다. 내포신도시는 주변의 자연과 잘 어우러진 중규모 도시로서 생태환경도시로서의 좋은 여건을 잘 갖추고 있다. 물론 산이 70%를 차지하고 생활터전이 좁은 국토에 무슨 호사스런 생태도시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좁은 국토에 70%의 녹지율을 지키려는 '싱가포르 녹색계획'처럼 더욱 의지를 갖고 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잘 가꾸어진 생태도시는 브라질의 계획도시 꾸리치바(Curitiba)로 손꼽힌다. 꾸리치바에는 무려 1000여개의 소공원이 있어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꾸리찌바 환경 정책의 특징은 모든 정책이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만들어지고,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이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이다. 시민들 또한 환경 정책의 혜택이 결국은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도시공원을 보면 웬만한 개인저택의 정원보다 아름답게 꾸며져 나라가 부유해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즐기는 공용공원을 확충하여 경관복지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평가는 다를 것이나 도시 생태경관의 조성은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다. 다만 100년 200년 후에도 후회하지 않을 중장기적 목표를 갖고 좀 느리더라도 충실하게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는 주민들의 참여에 달려있다. 명품도시에 대한 가치의 공유와 협력 없이 성공할 수 없다. 내포신도시가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발전해 가길 기대해 본다.
내포=정성직 기자 noa7908@
※본 기획취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지원사업' 기금을 지원받아 이루어졌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