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곤 대전노숙인지원센터 소장 |
노숙인 복지 활동가들 스스로 노숙인 인권 수호를 위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자정의 노력이었고, 법안이 생기기 몇 년 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 요청하여 인권교육을 실시했었던 것이 의무 교육으로 법안에 포함되었던 것이다. 정신보건 분야 외에 사회복지 분야에 의무적 인권교육이 없는 상황에서 노숙인 복지 현장 활동가들의 의무적 인권교육에 대한 요구는 스스로를 향한 채찍이었다.
노숙인 시설 종사자들은 다양하게 발생하는 노숙인 인권문제 속에 서 있다. 사회복지 시설의 인권문제라고 하면 폭행이나 감금, 강제노역과 같은 것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그런 심각한 인권유린의 상황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사회복지 시설이라는 것 자체가 어쩔 수 없는 인권침해 요소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의 욕구보다는 집단의 욕구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선택권 같은 인권 침해 요소는 늘 상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복지 시설의 운영자나 실무자가 아무리 조심한다 하더라도 눈치를 봐야하는 생활자와 실무자간의 권력구조 형성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특히 노숙인 시설이 갖고 있는 시설 환경의 열악함이나 인력, 예산부족으로 인한 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노숙인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고사하더라도 겨우 노숙보다 조금 나은 상황을 제공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고민하는 딜레마 중 하나가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것이다. 대상자의 인권과 시설운영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적절히 극복할 수 있는가는 아직 해답을 얻지 못했다. 필자가 운영하는 시설에서는 오래전부터 생활자들의 방을 허락 없이 들어가거나 일방적인 프로그램 참여를 강제하는 것을 철저히 금기시하고 매주 가족회의를 통해 시설 생활에 대한 의견과 소통을 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들은 쌓이고 있다.
또 하나의 딜레마는 인권옹호를 위해 침해당하는 실무자들의 인권이다. 거의 매일같이 발생하는 노숙인들의 실무자를 향한 욕설과 폭력적 행위는 인내심의 한계점을 넘어선다. 얼마 전 필자의 시설에서 좀 심각한 상황들이 몇 번 발생했다. 만취한 상황에서 실무자를 향해 망치를 들거나 소화기를 던지는 등 심각한 폭력적 상황에서 사회복지 시설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무자들이 다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경찰에 신고하고 고발 조치를 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나와 실무자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용정지를 하고, 다시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 난동을 피우고는 바람같이 도망가 버려 어쩔 수 없이 당하기만 해야 했다. 결국 실무자 한명이 더 이상 언제까지 어떻게 참아야 하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러한 상황은 필자가 처음 노숙인들과 만났던 IMF 당시에도 다르지 않았다. 멱살을 잡히고, 욕설을 듣고, 맞거나 심지어 죽여 버리겠다며 칼을 들이대는 상황까지 겪어야 했다. 하지만 필자 역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폭력적인 행위를 하던 사람을 나가라며 억지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이 폭력적 행위를 당했다며 민원을 넣고 경찰에 신고해 곤란한 지경에 빠진 일도 있었다.
분명 노숙인 시설의 실무자라면 극심한 인권의 사각지대의 중심에 서 있는 노숙인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그리고 혹시 작은 부분에서라도 또는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상황에서도 노숙인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분명 노숙인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그 인권이 보호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그 법적 테두리에서조차 자칫 가해자로만 인식되는 실무자들이 당하는 인권침해에는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인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