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사기범들이 수수료나 고금리 이자 정도만 빼돌렸지만, 이번엔 대출금 전액을 통째로 가로챘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2일 시중은행을 사칭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대환론)해준다고 속여 수억 원을 가로챈 대출사기단 18명을 붙잡아 김모(52)씨 등 8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지난 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의 오피스텔 등지에서 중국 브로커로부터 1건당 10원에 사들인 700만 건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농협을 사칭, 대출을 권유해 피해자 53명으로부터 총 7억 40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신용이 낮은 피해자들이 제3금융권 등 대부업체로부터 대출받도록 유도한 뒤, 그 돈을 송금해 주면 바로 저금리로 전환해 돌려준다고 속여 대출금 전액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수법에 한 사람이 4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고스란히 빼앗기기도 했다. 이들은 빼돌린 돈을 인출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해 대포통장 수백개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구인 및 대출광고를 이용, 취업과 대출을 미끼로 법인을 등록할 명의자를 유인해 이력서 등의 서류를 받아 등기소와 세무서에 허위 법인을 등록하는 수법을 사용, 30개의 법인을 등록했다. 허위법인 명의로 개설한 통장과 현금카드는 439개에 달했다.
피해자들로부터 입금 받은 대출금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수백개의 대포통장으로 나눠 이체한 후 가정주부를 고용해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현금인출기를 돌아다니며 인출했다.
인출책인 가정주부 2명은 가발과 안경 등으로 변장을 하기도 했으며, 인출한 현금은 총책인 김 씨가 지정한 수시로 변경되는 장소에 '퀵서비스'를 이용해 전달했다.
이렇게 제3자를 통해 현금 등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김씨 일당은 사기단 내에서도 서로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았으며, 빼돌린 금액의 35%는 인출책 등 하위 조직원들이 나눠 가졌다.
충남경찰청 조대현 광역수사대장은 “등기소, 세무서에서의 법인 설립 및 사업자 등록과정이 간소화됨에 따라 실질적인 심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악용되고 있어 향후 법인 설립요건인 출자금, 주주, 사업장 소재지에 대한 실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은행은 법인 계좌개설시 다수 계좌 여부 확인 및 개설자와 법인 대표자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확인하는 등 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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