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논설위원 |
#혼외자식과 불륜문제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두 사람을 들여다보자. 이 경우 논란의 중심에 서자 누구는 처음부터 툭 털어놓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가 하면,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 전자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면 후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하는 것은 당연히 변양균 쪽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아들 관련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고, 나라가 발칵 뒤집혔어도 자신은 떳떳하다고 맞선다.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조차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며 부인과 딸에게 감사를 표했다. 가증스러울 따름이다. 반면 신정아와 불륜관계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발 빠른 수긍으로 그 나마 일반인들의 측은지심을 샀던 것이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7ㆍ30 재보선에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 광산을 후보로 나선 것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권 전 과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한 복판에 서있던 인물이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의 1ㆍ2심 재판부 모두 이를 신빙성이 없다고 판결했으며 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심도 아직 남겨진 상태다. 자신이 주장했던 댓글 수사의 축소 은폐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 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폭로에 따른 보상이라도 받는 듯 광주 광산을 공천권을 날름 받아 삼킨 모양새다. 자신의 정치입문 타이밍을 오는 2016년 총선쯤으로 잡았더라면 '보상 공천' 이미지는 덜했을 뿐 아니라 남편과 관련된 부동산 축소 의혹 또한 그처럼 느닷없이 불거져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포상금을 노린 신고꾼'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권 후보자의 뒷모습에 성급함이 묻어있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의 사퇴 타이밍 또한 한발 늦었다. 16강에 입성하지 못한 채 귀국해 공항에서 호박엿 세례를 받으며 '이 시간부로 저는 국가대표 축구감독에서 사퇴하겠습니다'라고 했더라면 그에 대한 동정표는 고스란히 자기 몫으로 남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직에 대한 미련과 축구협회 임원진 특히 부회장의 미련 등이 뒤섞여 결국 그는 사퇴의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 결과 언론을 통해 땅 매매 문제, 브라질 현지에서 춤과 술로 달랜 뒤풀이 추태 등이 모두 까발려졌던 것이다. 결국 홍명보 전 감독은 축구감독으로서의 자존심을 깡그리 잃었을 뿐 아니라 감독직에서 억지로 끌려내려오는 안타까운 모습을 연출했다.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안대희와 문창극은 또 어떠했나. 문창극 후보자의 경우 무려 2주 동안을 질질 끌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비해 안대희 후보자는 자신의 '전관예우' 논란과 관련,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 여 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사퇴했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문창극 후보자의 모습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차라리 일찌감치 사퇴한 안 후보자가 더 낫다'는 동정론까지 가세했다. 사실 매사에 적절히 타이밍을 맞춰가며 살아가기란 쉽지만은 않다. 이는 또 다른 의미로 타인의 말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대한 자신의 온갖 애욕(愛慾)만 움켜쥐고 버틸 것이 아니라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애욕을 내려놓으려는 마음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자칫 잘못 판단으로 그 애욕을 움켜쥐려고 국민과 이웃의 목소리에 귀 막고, 눈감다보면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이는 누구라도 예외일 수 없으며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기에 한 번쯤 되새겨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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