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충 충남도립 청양대학 총장 |
원래 언어는 원시시대 사냥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 소통이 필요하여 소통의 수단으로 말이 사용되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협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소통을 통해서 사냥에서의 획득물에 대한 공정한 분배가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소통의 핵심은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구성원간의 신뢰라고 한다. 신뢰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핵심요소라고도 한다.
현대는 과학문명의 발달로 전통적인 소통의 수단인 말과 글에서 휴대폰 문자 메일 SNS 등 소통을 위한 많은 도구가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가정 조직은 물론 국정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말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가치관이 내재되어 있다. 나름대로 살아온 치열한 삶이 말속에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마다 살아 온 삶이 다르듯이 말의 의미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의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면서 체득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생각을 바꾸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고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소통이 잘 되면 구성원들 간에 신뢰가 생기며 사기가 오르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구성원 간 목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목표 달성을 용이하게 한다.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직 내 불신이 유발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저하된다. 궁극적으로는 무한경쟁의 현대사회에 낙오되게 된다.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고 같은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소통은 매우 어렵다. 한비자도 '세난(說難)'편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여야 하기 때문에 소통이 어렵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우리사회는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지적하고 있듯이 저신뢰사회로서 소통이 더욱 어렵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물질이 중시되고 능률과 성과만이 강조되는 무한경쟁사회에서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따라가기도 벅차다. '레드 퀸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제자리에 머물려면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한다.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생각할 겨를이 없으며 사회의 신뢰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신뢰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함께 공정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정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에 납득이 쉽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손해보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해 보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90대10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영학자 스티븐 코비가 제시한 법칙이다. 사람에게 발생한 사건의 90%는 통제할 수 없으며, 인생의 90%는 통제 할 수 없는 10%의 사건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들은 말 중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말 10%만 기억하고 행동한다면 소통의 문제는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말에서 감정을 제거하고 팩트만 가지고 대화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만을 감안하여 대화한다면 소통으로 인한 갈등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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