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충주성심맹아원 어린이사망 의혹 푼다

“유·무죄 다퉈볼 만” 기소결정… 검찰 판단과 대조

청주지검 충주지청이 불기소하고 대전고검까지 항고를 기각한 충북 충주성심맹아원 어린이 사망사고가 대전고법이 기소결정으로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대전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승훈)는 사망한 김모(당시 11세)양의 부모가 지난 1월 성심맹아원 관계자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재정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생활지도교사 A(42)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기소결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은 지난해 5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으며, 올해 1월에는 고검이 피해자들의 재수사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건이었지만 법원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볼 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A씨는 당시 김양이 잠을 자다 깨어나 문을 두드렸으면 긴급구호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데도 피해자를 의자에 앉도록 하고 동요만 틀어준 채 곧바로 다른 방으로 가서 잠을 잤다”며 “B씨의 업무상 과실 등으로 김양이 간질발작으로 인한 호흡곤란이나 심장부정맥 등을 이유로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4명에 대해선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시각장애와 뇌병변장애가 있는 데다가 간질 등 증세를 보여 2011년 11월 21일 복지시설에 입소한 김양은 이듬해 11월 8일 오전 5시 50분께 의자 등받이와 팔걸이 사이에 목이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김양의 죽음에 의문이 많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다.

고법 관계자는 “기록을 검토한 결과, 정식재판에서 다뤄볼 만한 사건으로 분류해 기소결정을 했다”며 “유ㆍ무죄에 대한 판단은 법정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는 “검찰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지만, 유족과 의문사한 김양을 위해 법원 결정을 계기로 백지상태에서 철저한 재수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