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병대참사 1년을 맞아 지난 18일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학생들은 똑같지 않은 어른이 되기를 다짐했다.
이날 오전 10시, 호우주의보의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추모식장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은 친구이자 선배인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가슴을 적셨다.
학생들을 대표해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강우승 학생회장은 “너희를 눈물로 떠나보낸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너희를 생각하게 된다”며 축구를 하고 음악을 함께 듣던 추억을 하나씩 이야기하며 울먹였다.
이어 이건희 군과 윤혜원 양은 자작시 '눈부신 그대에게'를 낭독하고, 학생들이 손수 접은 학을 위패 앞에 헌시했다.
사대부고 재학생들은 추모식에 앞서, '내년이면 우리도 사회로 나가는데 똑같은 어른이 될 것 같아 두렵다.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아직 어리고 힘이 없어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내가 어른이 되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께'라는 글을 리본에 적어 담벼락에 묶어두기도 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한민국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생명보다 중요한 게 없다는 걸, 최우선으로 여기지 못한 잘못”이라며 “사람 생명이 최우선 되도록 의미를 깊이 새기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식 유족대표는 눈물을 머금은 채, “시계는 돌아 사고 후 1년이 됐지만, 아이들이 남겨둔 숙제를 위해 유족들은 눈물을 참는다”며 “우리 아이들을 잊지 않고 추모식을 찾아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수현 국회의원은 참사 책임자에 대한 재판을 수능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국회의원 102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공주사대부고 추모식을 마치고 유족들과 학생들은 버스를 나눠타고 희생 학생 5명이 함께 안장된 천안공원묘원에 방문해 추모편지와 종이학을 전달했다. 유족들은 이어 사고 현장인 태안 백사장 항을 찾아 바다에 국화를 내려놓으며 희생자인 고 김동환, 이병학, 이준형, 장태인, 진우석군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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