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물린 의사, 몰카 걸린 공무원

30대 남성들, 술상대 女에 고소당해… 무죄 풀려났지만 망신살

여기 두 사건이 있다. 하나는 의사, 다른 하나는 공무원이 피고인이다. 둘 다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술을 마신 후 여성을 잘못 건드려 '지옥'에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살아 돌아왔다.

의사인 A(35)씨는 2013년 5월 지인의 소개로 이모(35ㆍ여)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다섯 차례 정도 만난 사이가 된 그 해 8월 어느 날 밤 11시에 대전 중구 선화동 모 식당에서 이씨를 만나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이씨가 술에 취하자 새벽 2시 30분쯤 서구 괴정동에 있는 모텔로 이씨를 데려갔다. 정신이 없는 이씨를 침대에 눕힌 후 몸을 만졌다가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A씨 측은 인정하지 않았다. A씨 측 얘기는 이렇다. 사건 당일 오후 6시부터 A씨는 자신의 친구와 이씨, 이씨의 친구와 번갈아 술을 마시다가 친구들과 헤어졌다. 이후 이씨와 함께 모텔에 들어갔고, A씨가 신용카드로 숙박비를 계산하는 동안 이씨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A씨가 모텔에서 나간 다음, 이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A씨가 받지 않자 '연락 좀 주지'라는 문자를 남겼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A씨는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12시간 정도가 지난 다음날 오후 이씨는 A씨 휴대전화에 '치사하게 먼저가궁… 어차피 한번은 만나야 될 것 같은데 태평동으로 오시죠?~∧∧'라는 문자를 남겼다. 오후 8시쯤 A씨는 이씨의 집 근처로 갔고, 그 자리에서 이씨는 추행에 대해 따지며 불쾌한 감정을 표시했다.

A씨 측은 “당시 이씨는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동의하에 신체접촉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씨가 A씨의 입술을 깨물어 스스로 모텔 방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판사 도형석)은 “모텔에서 나가려는데 A씨가 잡았으며, 잠이 든 후 A씨가 몸을 만지기에 뿌리치고 입술을 물었다는 이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며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다른 사건의 당사자인 공무원 B(34)씨는 속칭 '몰카'를 찍었다가 덜미를 잡혔다.

B씨는 올해 1월 서구 갈마동 모 주점에서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송모(24ㆍ여)씨의 노출된 허리를 휴대전화로 활용했다가 덜미를 잡혀 성폭력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형사7단독 도형석 판사는 B씨에게 죄를 묻지 않았다. 우선, 영상이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됐고, 검은색 바지와 붉은색 상의 위에 외투를 입은 송씨의 허릿살이 조금 노출되긴 했지만, 특별히 성욕을 불러 일으키는 자세가 아니고 과도한 노출을 촬영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도 판사는 “B씨의 행동은 부적절하지만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니라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치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것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