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해외 창조경제의 사례로 꼽히는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드레스덴시, 영국 런던시 이스트엔드의 'Tech City' ,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등 현지 취재를 통해 대덕특구형 창조경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근 아랍국가들과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 경제는 건국 이래 65년동안 50배 이상 성장했다. 이처럼 놀라운 이스라엘의 경제 성장을 이끈 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과학기술이다.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을 지낸 화학자인 하임 와이즈만(Chaim Weizmann, 1874~1952)) 박사는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강력 무기 제조에 사용하는 아세톤의 대량생산 방식을 개발한 후, 이 기술을 영국에 이전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 독립과 팔레스타인 지방의 유대인 반환을 성공시켰다.
이후 와이즈만 대통령은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기술혁신만이 이스라엘의 번영을 가져 올 수 있다고 판단, 건국 전인 1934년 다니엘 시에프 연구소를 설립한 후 기초연구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 1959년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는 세계최초 기술지주회사인 예다(Yeda)를 설립, 기초과학을 산업계로 확산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다니엘 시에프 연구소는 1949년 와이즈만 연구소로 이름을 바꿨고 현재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로 성장했다. 특히 화학 및 바이오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연구소로 인정받고 있다.
▲강요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최고 환경 조성 우선=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에 위치한 와이즈만연구소는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과학자 1000여명, 석ㆍ박사 과정생 1000여명, 박사후 과정(Postdoctoral Fellow) 200여명, 행정인력 400여명 등 인력 규모가 3000여명 미만이지만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프랑스 파스퇴르등과 함께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에 포함된다.
지난해 QS 대학평가기관 평가의 교수 1인당 논문피인용 수 부문에서는 칼텍, 하버드대 등 세계의 기라성 같은 대학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연구력을 인정받고 있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특징은 연구자에게 자율권을 주어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데카이 셰베스 (Mordechai Sheves) 와이즈만 연구소 부총장은 “언제나 과학자들을 최고로 우대해왔다”며 “과학자들에게 무엇을 연구하고 강요하지 않고 우수한 과학자들이 상상의 펼칠수 있는 최고 환경만을 제공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와이즈만연구소는 50개의 학제가 연구센터를 운영, 뇌과학과 암연구, 신재생에너지,자기면역질환 연구 등 다양한 전공의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 미래를 움직인다=위치추적장비(GPS)는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기반한 원자시계(Atomic Clock) 기술에서 파생된 것이다.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발견한 X선도 크루크스 관을 사용해 음극선을 연구하던 중에 밀도가 높은 물질을 통과하지 못하는 미지의 방사선을 발견한 것이 의학, 재료역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대부분 성공한 응용연구의 뿌리는 기초과학인 셈이다. 와이즈만 연구소는 지난 80여년 동안 기초과학에 집중해왔다.
셰베스 부총장은 “기초과학은 호기심과 우연성에 기초하고 예상할 수없는 나비효과를 일으킨다”며 “단기적인 잣대로 이를 평가하고 지원을 함부로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우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미래를 움직이는 자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가운데 나온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모데카이 셰베스 부총장겸 예다 센터장 |
와이즈만 연구소의 히트 제품 가운데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코팍손(Copaxone)은 2012년 매출액이 40억 달러가 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코팍손이 처음 출원된 시기는 1971년이지만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16년 이후인 1987년 특허권을 테바제약에 이전하고 제품화가 된 후부터였다.
예다 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는 셰베스 부총장은 “코팍손에 대한 과제를 시작했던 시기까지 포함할 경우, 20여년 가까이 기다려 수익을 확보한 셈”이라며 “기초과학을 사업화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오래 걸린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험상 수많은 연구성과가 나왔지만 대부분 사업화에 실패했다”며 “하지만 실패확률이 높다고 사업화 의지가 꺽여서는 안 된다. 기술사업화 모델을 구축하려는 사람이라면 '대 다수 실패, 극 소수 성공의 수익구조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베스 부총장은 “예다가 성공한 것은 과학연구와 비즈니스를 구분했기 때문”이라며 “과학자들에게 비즈니스를 시키면 과학 연구에 해가 된다. 과학 전문가는 과학을 하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전문가가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예다는 공학, 법학, MBA 등 다양한 전공자들과 지식재산분야를 비롯한 경영, 재무분야 컨설턴트, 글로벌 대기업 매니저 등 여러 경력을 지닌 기술이전 전문가들을 연구소와 기업간의 이해상충 문제를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지사장은 “와이즈만연구소는 과학자들이 돈 걱정 없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며 “이는 예다를 통해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시장은 이어 “기초과학에 대한 의심 없는 투자와 인내심이 지금의 이스라엘 경제 근간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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