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의미 퇴색은 기본적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육 부재 탓이다. 제헌절이 피서철 중간에 끼여 공휴일이던 때는 그나마 관심이라도 있었다.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4대 국경일에서 한글날을 더해 5대 국경일이 됐다. 하지만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무관심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 태극기가 외면받는 배경은 이러한 '무지'로 어느 정도 설명된다.
더욱이 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교육당국 차원의 제헌절 교육 미비를 지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니 안중근 의사가 3ㆍ1운동 때 부상자를 치료해준 의사라는 엉뚱한 대답이 나오는 것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제헌절 기념식을 치르던 세대들과는 정서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달라진 세태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국경일의 경우에서도 대동소이하다. 국민 절반은 23년 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이 국경일인 줄 모른다. 초ㆍ중ㆍ고교생의 80% 이상은 4대 국경일을 모르겠다고 한다. 현충일을 나라가 독립한 날로 혼동하는 사례도 많다. 공휴일인 개천절을 따로 설문조사해도 결과는 나아질 게 없다. 지속적인 역사의식을 고취시켜야 할 이유들이다.
우리뿐 아니라 각국이 제헌절을 기념한다. 미국 9월 17일, 폴란드 5월 3일, 독일 5월 23일, 러시아 12월 12일 등으로 이 날을 기리지만 경축 분위기가 위축되지는 않았다. 각 자치단체의 제헌절 바로 알기 행사, 태극기 달기 운동의 성과는 제한적이다. 특별교육을 통해 짚어주지 않는다면 의미를 제대로 알 기회는 앞으로도 없다.
제헌절은 66년 전 헌법이 공포돼 대한민국의 토대가 세워진 날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해외 도피하겠다는 경우까지 포함해 전체의 절반 가까운 청소년이 나라를 지킬 의향이 없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우선 국경일의 의미부터 잘 가르쳐야 한다. 우리 정체성에 대한 교육 부재 속에 나라사랑이나 조국 의식이 싹틀 공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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