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8일. 5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후 364일이 지난 지금도 안전 시계 침은 그날에 멈춰 있다. 특히,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를 겪고도 사회가 학생 안전을 돌보지 않는 사이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참사를 끊을 대책이 절실하다.
1년 전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에서 돈벌이에 매몰된 어른들은 학생 수련활동을 유스호스텔로부터 여행사, 그리고 또다시 무자격 업자에게 위탁과 재위탁을 거듭하며 사고팔았다. 더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싣기 위해 선박을 불법 증축하고 과적한 세월호 사고와 원인이 다르지 않다.
또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진 당시 교관들은 무자격 임시직이었고, 세월호도 선장부터 상당수 선원이 임시직으로 책임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늦장 신고와 안이한 대처로 인명을 구조하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도 1년 전 태안 해병대캠프와 세월호 사건이 판박이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년 전에 학생 5명을 어이없이 잃어놓고 원인부터 부실대처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세월호를 다시 겪었다”며 “학생 안전사고의 원인규명부터 재발방지 대책, 안전을 본능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교육까지 재점검하는 게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해병대캠프 참사 후 학생 안전을 위해 개선된 제도는 2건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 청소년 수련활동에 앞서 학교장이 인증된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하고,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를 미리 확인하는 의무를 규정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개정된 '청소년활동진흥법'을 통해 청소년 수련원, 야영장, 유스호스텔 등은 자체 프로그램을 운용할 때 매번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해 2년마다 한 번씩 종합 안전점검을 하며 임의단체나 개인은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청소년수련활동을 할 수 없도록 했다.
학생들이 희생되는 참사를 겪고도 사회에 바뀐 부분은 많지 않은 셈이다. 이후식 유가족 대표는 “사고지역에 갯골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진실규명부터 캠프 실질적 책임자가 처벌까지 참사 후 대처에 바로잡을 게 많다”며 “여전히 사고 해변에서 불법으로 모래를 채취해 구덩이가 만들어지는 마당에 무엇이 바뀌었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진상을 규명하고 폐단을 끊을 수 있는 법과 제도정비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학생 안전사고의 대표적 사례인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일을 '학생안전의 날'로 정하고 학생 안전사고 원인부터 대책까지 백서 제작, 학생안전교육헌장비, 수련원이 아닌 학생안전관 건립 등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병대참사를 비롯한 대형 참사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이르면 다음 주중에 가칭, 재난안전가족협의회를 출범해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참사가 터질 때마다 개별 사안으로 취급해 수습에만 열을 올리는 정부와는 대조적이다.
박수현 국회의원(공주)은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억하고 기록해 이를 제도화해야 하는데 해병대참사 역시 백서로 기록을 남기고 동기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학생들이 법정에서 진술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법원에 시간을 달라고 탄원하는 것을 비롯해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끝>
윤희진ㆍ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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