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연을 보호하기 보다는 개발에만 몰두했던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은 친환경이 트렌드가 되면서 이제야 너도 나도 녹색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60년대부터 한 발 앞서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싱가포르는 이미 건물에도 녹색을 강조하면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녹색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거리는 물론 건물에도 녹색정책을 도입한 싱가포르는 또 한 번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그들의 목표인 정원 속의 도시에 한 걸음 더 다가간듯 하다.
▲회색이 아닌 녹색옷을 입은 싱가포르 건물=싱가포르 피커링 거리에 위치한 파크로열 온 피커링 호텔은 '멋지다'라는 느낌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과 달리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친환경 녹색 건물이다. 건물 외부와 내부 곳곳에 열대식물과 나무, 그리고 수직정원까지 설치한 이 건물은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호텔을 방문하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건물은 회색 콘크리트라는 편견을 깬 독특한 디자인의 파크로열 호텔은 건물 입구에서부터 발길이 닿는 곳곳에 열대식물과 나무 그리고 흐르는 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호텔은 1885년 조성된 싱가포르 최초의 공원인 홍림공원에서 영감을 얻어 건물을 짓기 시작했으며, 독특한 모양의 외부 정원은 아시아의 계단식 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호텔 내부는 대부분 목재를 사용했고 벽면엔 수직정원을 조성해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에서도 녹색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관리 또한 친환경시스템을 적용, 빗물 저장시스템과 U-워터(생활하수를 정수한 물로 식수로는 사용하지 않음)를 활용해 식물을 관리할 수 있는 물과 호텔 내ㆍ외부를 따라 흐르는 물을 충당하고 있다. 특히 햇빛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천장을 높이고 통유리를 설치해 전기 소모를 줄였으며, 밤에는 낮에 모아둔 태양열 시스템을 가동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녹색건물에 인센티브=현재 싱가포르 정부는 전체 건물 면적 대비 일정 부분을 녹지공간으로 확보해야만 건축허가를 내준다.
파크로열 호텔은 정부가 정한 면적보다 2배나 넓은 면적에 녹지를 조성, 그만큼 객실이 감소하는 등 건물은 아름답지만 수익 면에선 손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모두의 우려와 달리 결과는 정반대였다. 건물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수 많은 나라에서 전문가들이 몰려왔고, 독특한 인테리어로 인해 객실 점유율도 항상 80%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파크로열 호텔은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먼저 건물에 녹색옷을 입힘으로써 자연과 수익 2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다. 현재 싱가포르 정부는 친환경 건물이 더 많이 지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정한 면적을 초과해 녹지를 조성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완공된 건물은 건물 내부에 수직정원을 조성함으로써 녹지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등 녹색건물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평범한 공원이 아닌 특별한 도심 속 공원=싱가포르의 부킷 바톡 자연공원과 제이콥 발라스 어린이 공원, 가든즈 바이더 베이는 각각 특별한 매력으로 국민과 관광객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부킷 바톡 자연공원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공원인 만큼 특별한 시설 등은 없지만 자연을 거의 훼손하지 않아 다양한 동식물을 감상하면서 숲속에서 힐링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공원이다.
자연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곳은 울창한 숲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전망대에서는 녹색으로 가득찬 싱가포르를 감상 할 수 있다. 제이콥 발라스 어린이 공원은 1822년 설립된 보타닉 가든 내 위치한 어린이들을 위한 공원으로 싱가포르 내 12세 미만 어린이는 학교나 유치원 프로그램을 통해 꼭 한번은 오는 공원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원인 만큼 공원 시설 하나 하나는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배우며 자연을 배울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이와 함께 공원 전체에 조성된 울창한 나무는 햇빛을 차단해 아이들이 그늘 속에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2년 6월 공개된 가든즈 바이더 베이는 평범한 공원이라기 보다는 관광지 성격이 짙은 공원으로 매립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었다.
도시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싱가포르 정부의 계획에 따라 조성됐으며, 현재는 베이 사우스만 오픈돼 있는 상태다. 공원은 외부정원과 실내온실로 꾸며져 있는데, 외부정원은 인디안 가든, 문화유산 가든, 차이니스 가든, 말레이 가든 등 각 나라의 특징을 살린 공원을 조성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공원이지만 외부정원은 무료로 개방해 싱가포르 국민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이곳에는 25~52m 가량의 거대한 나무 모양의 조형물 18개가 서 있는데, 이는 슈퍼트리로 각 슈퍼트리를 구름다리로 연결해 하늘에서 싱가포르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놨다. 또 2개의 돔으로 꾸며진 실내온실은 한 곳은 꽃 축제나 세계 각지의 희귀식물을 감상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포레스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나머지 한 곳은 돔 안에 거대한 인공폭포를 설치해 습지에서 주로 서식하는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알릭서스 추아(Alixues Chua) 가든즈 바이더 베이 관계자는 “가든즈 바이더 베이나 부킷 바톡 자연공원, 보타닉 가든의 특징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용이 가능하다면 그 공원은 자연스럽게 모두가 사랑하는 공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정성직 기자 noa7908@
※본 기획취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지원사업' 기금을 지원받아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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