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특히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능력 저하가 크게 우려된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더라도 실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감소하지 않는다면 노동 부문에 의한 잠재성장능력 저하는 최소화될 수 있다.
생산참여인구를 늘리는 방안은 정년 연장, 청년층 고용률 제고, 이민정책, 여성인력 활용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중 경제활동참여율이 50% 수준에 불과한 여성인력의 활용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최근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60% 내외인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보다 10%p 정도 낮다. 특히 남녀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20%p 이상으로 주요 선진국의 10%p 수준과 비교하면 매우 큰 편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 진학률을 보면 여성인력의 활용이 매우 저조하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74.5%로 남성의 67.4%보다 높았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고 그 격차가 매년 커지고 있다. 한국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지만 사회에 진출하는 비율은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여성의 높은 대학 진학률에도 경제활동참여가 저조한 것은 결혼, 출산, 육아, 자녀 교육 등으로 중도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20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70%를 상회하고 있지만 30대에 들어서면 50%대 중반으로 급감한다.
그동안 정부는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 시행해 왔다. 이에 힘입어 여성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으나 시간제,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경력단절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에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터를 떠나는 여성의 절반가량이 육아를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무엇보다도 가정내 여성에게만 집중된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이 요구된다.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육아 부담을 줄어주는 노력 못지않게 결혼부터 임신, 출산과 자녀 교육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전 생애에 걸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기업들도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의 확산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보육시설 확충, 고용과 처우에서의 차별 금지에도 힘써야 하겠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마련한 자동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의 정책도 내실있게 시행되어야 하고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맞춤형 취업지원과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미래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중국이나 인도, 인터넷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성인력을 잘 활용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데 국내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현 정부의 잠재성장률 4%,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고용률 70% 목표 달성은 여성인력 활용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발생하는 30여만명의 여성 경력단절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만 해도 이러한 목표에 상당히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1인당 대학졸업까지 소요되는 비용은 3억9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많은 비용을 들여 육성한 여성인력을 가사활동에만 전념케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국가로서 여성인력의 활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과제이다. 여성인력의 활용은 양성평등이나 여성인력 배려 차원이 아닌 우리 경제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로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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